“제미나이, 뉴욕으로 가고싶어.”
22일 서초동 삼성전자 전시장. ‘갤럭시 XR’을 착용하고 “뉴욕 맨해튼으로 안내해줘”라고 말하자 눈앞에 뉴욕 스카이라인이 펼쳐졌다. 마치 헬기를 타고 도시를 내다보는 것 같았다. 뉴욕에 맛있는 피자집을 찾아달라고 하자 구글 검색을 통해 근처 맛집을 추천해줬다.
이어 ‘피자집으로 들어가고 싶어”라고 하자, 오픈키친이 보이는 식당 내부 이미지가 화면을 꽉 채웠다. 화덕 냄새가 풍기는 미국 피자집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애플 비전프로 출시일에 공개
갤럭시 XR은 삼성, 구글, 퀄컴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공개일(22일)은 애플 ‘비전프로2’의 글로벌 출시일과 같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에 공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애플은 지난해 2월 첫 비전프로1을 선보인 이후 21개월 만인 이날 두 번째 버전인 비전프로 2를 출시했다.
갤럭시 XR 국내 출시 가격은 269만원이다. 프리미엄을 내세운 애플 비전프로(3499달러), 보급형을 앞세운 메타 퀘스트(499달러)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최대 강점은 강력한 인공지능(AI)이다. 별다른 AI 기능이 없는 비전프로와 달리 갤럭시 XR은 구글의 생성형AI 제미나이와 구글 생태계를 상상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도시를 내려다보고, 구글맵을 통해 세계 어디든 구석구석 갈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음성, 시선, 손짓 등을 모두 인식하는 ‘멀티모달 AI’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손짓과 시선을 통해 주로 작업하는 비전프로와 달리 음성, 시선, 손짓을 섞어가며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음성으로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은 다음 시선을 통해 콘텐츠를 재생하는 식이다.
○하드웨어 역량 총동원이날 갤럭시 XR을 체험하면서 가장 만족했던 점은 착용감이다. 안경을 쓴 상태로도 헤드셋이 머리 전체에 고르게 밀착됐다. 무게는 545g으로 비전프로(600g)보다 10%가량 가볍지만, 착용했을 때 무게 차이는 크게 느껴졌다. 장시간 착용해도 될 만큼 목이 아프지 않았다.
삼성은 갤럭시 XR에 하드웨어 역량을 총동원했다. 디스플레이는 현존 XR 기기 중 가장 뛰어난 4K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적용됐다. 센서 역할을 하는 카메라 2개, 동작 인식 카메라 6개, 안구 추적 카메라 4개, 관성 측정 장치 등 총 19개 센서가 탑재됐다.
갤럭시 XR은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OS)를 탑재해 기존 갤럭시 스마트폰 기능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다. 눈앞에 있는 정보를 즉시 검색할 수 있는 ‘서클 투 서치’가 대표적이다. 구글 포토의 경우 기존 2차원 사진 영상과 함께 입체감 있는 3차원(3D)으로도 즐길 수 있다.
신제품에선 유튜브뿐 아니라 글로벌 스포츠경기, 전용 XR콘텐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시청할 수 있다. 삼성과 구글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미국프로농구협회(NBA), 콘텐츠 업체 어메이즈VR, 쿠팡플레이, 네이버 ‘치지직’ 등과 제휴를 맺었기 때문이다.
○B2B 사업에도 활용삼성전자는 22일부터 전국 7개 삼성스토어(강남, 홍대, 더현대서울, 신세계 대전, 신세계 대구, 신세계 센텀시티, 상무)에서 체험존을 운영한다. 체험존 예약은 삼성닷컴에서 신청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XR 기기를 B2B(기업간거래) 사업으로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맺은 가상 조선 훈련 플랫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중공업 신입 엔지니어는 갤럭시 XR을 통해 가상의 공간에서 선박엔진 검사를 훈련한 후 업무에 투입된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갤럭시 XR은 모바일 AI 비전을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한층 끌어올리며 업계와 사용자 모두에게 일상의 기기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