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시장에 기회올까 [이지스의 공간생각]

입력 2025-10-22 09:37
이 기사는 10월 22일 09: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지수가 3700포인트를 넘어서고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자산시장 전반이 회복세다. 비트코인 가격은 1억7000만 원을 오르내리며 가상화폐 시장의 열기를 더하고 있다.

모든 게 다 올라도 안 오르는 것 딱 두 가지가 있다면 ‘월급’과 ‘자식의 성적’이란 우스갯 소리가 있다. 여기에 물류시장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같다. 자산시장 전반의 회복 분위기에서도 유독 물류시장만은 고전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젠스타메이트의 2025년 2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센터 거래 규모는 전 분기 대비 약 67% 급감했다. 코로나19 시기 전자상거래 급증으로 정점을 찍었던 물류시장은 2022년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후, 최근 금리 하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최근 2~3년간 거래량 감소, 높은 공실률, 임대료 하락은 물류시장이 직면한 공통된 과제다. 특히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TI(인테리어 지원금, Tenant Improvement)와 무상임대기간을 감안한 실질임대료는 일부 지역의 경우 2020년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래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와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신용도 높은 임차인과 중장기 계약을 확보한 물류센터는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입지가 우수한 자산에 대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3~4년 전과 비교하면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코로나가 가속화한 구조적 변화그렇다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어떨까? 물류시장과는 대조적으로 온라인 쇼핑은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침투율(전체 소비액 중 온라인 구매 비율)은 코로나 이전 30% 미만에서 2023년 44.9%까지 치솟았다. 이는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코로나 시기 연 10% 이상을 기록했고, 엔데믹 이후에도 약 5.8%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 경제성장률이 2%인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머지않아 우리 소비의 절반을 온라인을 통해 해결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수요 증가에 따라 물류센터 공급도 수도권에 집중됐다. 올해 기준 대한민국 인구 5115만 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2608만 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어, 물류센터가 이 지역에 집중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수도권의 인구당 물류시설 공급면적은 0.32평으로, 경남권의 0.17평에 비해 약 2배 가량 많다. 공급 급증 후 찾아온 급제동문제는 이러한 공급 추세가 2022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꺾였다는 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글로벌 통화긴축, 금리 인상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CBRE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수도권에서 1만 평 이상 물류센터 개발 계획 중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사업장이 총 172개, 약 370만 평에 달한다.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미착공 사업장의 지연 기간은 더 길어지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용인, 이천 지역의 대형 물류단지 개발사업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향후 물류시장 전망은 어떨까? 대부분의 기관과 컨설팅 회사들은 최근 2~3년간 신규 공급이 제한적이었고 수요는 지속되고 있어 조만간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류시장이 반등할 것이라는 점에는 의견이 모아지지만, 그 시기와 속도에 대해서는 관점이 엇갈린다. 쿠팡 독주 vs 반쿠팡 연합의 치열한 경쟁한국 물류시장을 논할 때 쿠팡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설립된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 도입 후 사용자가 급증했다. 초기 지속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 투자를 유치하며 전국에 물류센터를 확보했고, 코로나19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쿠팡 와우’ 회원 수는 2023년 말 14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구독료 인상에도 회원 이탈이 크지 않았다. 2021년 뉴욕증시 상장 시점 기업가치는 100조 원대를 달성했고, 물류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공고히 했다.

쿠팡의 독주에 맞서 ‘반쿠팡 연합’이 형성됐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본격 출시했고, 9월에는 컬리와 협업해 ‘컬리N마트’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며 신선식품과 새벽배송 경쟁력을 보완했다. 신세계그룹은 중국 알리바바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며, 지난해부터는 테무와 징동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물류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물류 자동화에 속도를 내며 지방 물류센터에도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고, 리츠 설립을 통한 자산 유동화도 추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주 7일 배송 서비스인 ‘매일 오네’를 확대 강화하고 있으며,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영국 오카도와 함께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전국 6개 첨단 자동화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물류투자, 인프라 관점으로 접근해야이처럼 물류시장 참여자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물류 투자에 대한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물류 투자는 더 이상 단순한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인프라 확보와 플랫폼 구축에 투자하는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별 물류센터를 수익률 기반으로 투자자를 유치했다면, 향후에는 물류 포트폴리오와 물류 네트워크 확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 투자나 단순 수익률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물류자산 확보와 물류 네트워크망 구축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 물류망 확보는 작게는 물류회사의 차별성을 높이고, 크게는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숫자 기반의 수익성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개별 자산이 아닌 물류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한 네트워크 확보와 인프라 투자라는 중장기 플랜이 필요하다. 침체된 시장 속에서도 장기적 안목으로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는 것이 결국 시장 회복기에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