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산업별 ESG 리포트 ⑤ 소형모듈원전(SMR)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착한 투자라고만 정의한다면 다소 손해를 감내하더라도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행위이며, ‘손해를 감내하는 것’만으로는 투자활동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사익 추구를 악으로 보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 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정 수준의 에너지 소비가 불가피하다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에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친환경 범주에 넣는 추세다. 에너지 소비가 불가피한 만큼 동일한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적을수록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유럽 녹색분류체계에서도 원자력을 친환경에너지원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수급을 충족하기 어렵기에 에너지 효율이 높고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전기차, 로봇 등 혁신 기술 확산으로 전력 수요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소형모듈원전(SMR)은 안전성이 높은 데다 원전을 건설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친원전 기조가 강화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은 2025년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2050년까지 원전 발전용량을 4배 확대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에서는 원전을 재가동하는 국가가 증가하고 있다.
신재생 ETF의 모멘텀 전환…수소와 원전의 결합
주가 모멘텀은 통상 과거 1년간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이 이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경향을 말한다. 그동안 부진했던 신재생 산업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대표 ETF(ICLN. US)의 1년 수익률이 (+)로 전환했다. 팩터 투자 관점에서도 신재생 산업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비판적이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에너지와 광물 자립 등을 강조하는 등 업종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효율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신재생 혁명에 주목해야 하며, 그중 가장 강한 모멘텀을 기록하는 분야는 수소와 원전이다. 수소는 발전원에 따라 색상을 구분하는데, 원자력으로 생산된 수소는 ‘핑크 수소(pink hydrogen)’로 분류되며 탄소배출이 거의 없다.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와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현실적 접근을 취하는 이른바 탄소중립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원전에 대한 정책 기조가 유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폴란드·체코·루마니아·영국 등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며, 원전 강국 프랑스에서는 2035년까지 원전 6기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등 예외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세계 원전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원자력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혹은 최소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저탄소 고효율 에너지원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프랑스 등 원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원자력 생산 수소, 즉 핑크 수소를 친환경이라고 주장한다. 과도기에 탈탄소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비용 효율적인 발전원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3차 신재생에너지 지침(RED III)에서 전략적 용도에 한해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원으로 승인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국의 신규 원전 착공 계획은 증가하는 추세이며, 중국은 2029년까지 24개 원전을 추가할 계획이다. 원자력 관련 주식과 ETF는 자금 유입과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주요 ETF는 원자력 기술(NUKL), 핵에너지(NLR), 우라늄 기업(URA), 우라늄 광산(URNM)이 있으며 대체에너지 계열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원전에 대한 재평가
트럼프 대통령은 차세대 SMR 핵심 원료인 농축 우라늄 밸류체인 강화로 원전 산업 기반을 재건하고, 첨단 원자로 검토 및 승인 가속, 차세대 원전 배치 촉진을 위한 원전규제위원회(NRC) 개혁, 국가안보를 위한 첨단 원전 활용을 골자로 하는 원자력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에너지 중요도와 공급망 리스크에 기반해 국가안보에 중요한 전략 핵심 광물을 선정했는데, 우라늄도 이에 포함된다. 우라늄은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한 녹색 광물에 비해 공급망 리스크가 크지 않지만, 핵무기의 주연료인 만큼 에너지 중요도 측면에서는 가장 높다.
2025년 9월 15일 미국과 영국은 500억 파운드 규모의 원자력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국은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차세대 원전 건설과 러시아산 핵연료 의존 탈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전 허가 절차 단축과 규제 조율이 가속화되며 오클로(+15.7%), 뉴스케일파워(+7.6%) 등 원전 관련주가 급등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소배출이 없고 고효율 에너지원인 원자력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도 원자력 ETF 상품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현재 상품명에 원자력을 포함한 ETF는 8개이며, 소형원전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SOL미국원자력SMR’, ‘SOL한국원자력SMR’, ‘KODEX K원자력SMR ETF’가 신규 상장됐다. 소형원전 주가가 급등하면서 국내외에 SMR 투자를 표방하는 상품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는 ‘원전 르네상스 ETF(NUKZ.ETF)’가 오클로(+938%)와 뉴스케일 파워(+250%)를 편입하며 올해 중 가장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는 SOL 미국원자력SMR ETF가 5월 20일 상장 이후 상장 5개월 만에 2배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