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파도 국보가 나오는 곳이 경주다. 현존하는 신라 유물의 양과 질은 고구려나 백제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비결은 신라 특유의 무덤 양식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 있다. 돌무지덧널무덤이란 나무 관(덧널)을 놓은 뒤 흙과 돌을 산더미처럼 쌓아(돌무지) 만든 무덤. 이 무덤은 도굴이 극도로 어렵다. 옆에서 파고 들어가다가는 돌이 쏟아져 내려 생매장당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신라 무덤에 묻힌 유물들은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무덤들과 달리 1000년 넘게 도굴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런 돌무지덧널무덤의 구조와 만드는 방식 등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을 맞아 전 세계인에게 공개된다. 22일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경주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오는 30일부터 1일까지 3일간 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이곳에서는 ‘경주 쪽샘 44호분 축조실험’이 진행 중이다. 쪽샘 44호분은 이곳에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발굴한 열 살배기 신라 공주의 무덤 이름으로, 최초로 무덤 전체를 해체 조사한 신라 고분이다. 이번 실험의 목적은 당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이 무덤을 재현, 그 구조와 축조 방식을 정밀하게 조사하는 것이다. 총 21단계 공정 중 지금은 덧널 일부를 만들고 주변에 돌을 쌓는 8단계까지 진행된 상태다.
설명회 기간 참가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는 학예연구사와 연구원의 해설과 함께 실험을 관람할 수 있다. 덧널·목조구조물·돌무지 등 주요 시설, 이를 만드는 방법과 축조에 사용된 도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축조 실험 현장을 살펴본 뒤에는 실제 출토 유물도 관람하게 된다. 누구나 사전 신청 없이 설명회에 참가할 수 있고, 외국인을 위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 통역도 함께 준비되어 있다.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축조실험은 평소에도 해설 없이 일반 관람이 가능하다. 정인태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평일에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람객이 더 많을 정도로 외국인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경주=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