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가득한 질문…美 명문대가 원하는 공부법이죠"

입력 2025-10-21 18:19
수정 2025-10-22 00:34
입시 강자로 꼽히는 경기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에는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국제반이 있다. 18년여간 3500여 명의 학생이 해외 유수 대학에 진학했다. 현지 대학 입학사정관을 만나러 매년 비행기를 타는 교직원들의 열의가 뒷받침돼 있다. 올해도 국제반 3학년 학생 40명이 외국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다.

박인호 용인외대부고 교감(사진)은 최근 미국 유수 대학 입학사정관들과의 대화 내용을 비롯해 해당 대학 출신들이 사회에 남긴 의미 있는 질문들과 사색을 모은 인문기행서 <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을 펴냈다. 그는 지난 20일 “세계 명문대들은 성적과 스펙이 아니라 끝까지 묻고 토론하는 끈기를 가진, ‘질문의 힘’이 좋은 학생을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감은 서울대에서 지리학·사회학을 전공했다. 같은 대학원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고 방송 PD로 일하다 19년 전 용인외대부고에 사회 교사로 부임했다. 오랫동안 3학년 부장을 맡은 까닭에 ‘입시 야전사령관’으로도 불렸다. 용인외대부고 학생들의 공부법을 비롯한 여러 책을 집필했다.

용인외대부고는 매년 교직원을 해외 주요 대학에 보내 입시 정보를 쌓고 있다. 브라운대를 방문할 때는 갈색, 다트머스대에 갈 때는 초록색 옷을 입고 갈 정도로 현지 입학사정관들과의 미팅에 공을 들인다. 하지만 이 책을 ‘해외 대학 합격 비법’ 같은 식으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고. 그는 “미국 유학을 권하기 위해 쓴 책이 전혀 아니다”며 “공부의 태도와 본질을 묻는 인문기행서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대 20곳을 탐방하며 그들이 길러낸 지성과 질문들을 발췌한 것이 특징이다. 공부에 고민이 많은 10대와 그 부모들이 책을 봐줬으면 한다고.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수시 일반전형)이 뉴욕 컬럼비아대의 ‘홀리스틱 리뷰’를 벤치마킹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홀리스틱 리뷰는 학업 성적뿐 아니라 지원자의 배경, 경험, 비교과 활동 등을 종합 평가한다. 그는 “진학해서 공부할 것이 명확한 학생을 뽑겠다는 게 입학사정관들의 공통적인 얘기”라며 “한국 학생들이 최근 미국 내 흐름(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 등)에 위축되지 않고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했다”고 말했다.

용인외대부고 복도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쓴 논문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다. ‘기숙사 공간을 수학적으로 넓어 보이게 하려면?’ ‘대형마트에서 파는 치킨이 저렴한 이유’ 같은 의문점들을 탐구해 논문으로 쓴 것이다.

“누구나 공부 본능과 호기심이 있지만 부모가 기를 꺾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학교에서 어떤 질문을 했니?’라고요.”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