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서열 제출땐 즉시 임상…中우시에 '신약개발 고속도로'

입력 2025-10-21 17:05
수정 2025-10-27 16:22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은 ‘바이오 불모지’였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과 고도의 기술력, 10년 넘게 걸리는 임상시험 기간을 견뎌낼 힘이 당시 중국엔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건 2010년 ‘신흥전략산업’(SEI)에 포함하면서다. 의약품 개발·생산·유통에 따라붙는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동시에 장쑤성 우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최대 1년 이상 걸리던 임상시험계획승인(IND) 심사 기간을 2018년 60영업일로 단축하고, 별도 반려 통지가 없으면 자동으로 임상에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2024년 혁신 신약을 대상으로 30영업일 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올해부터 본격 적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진행한 임상 데이터도 신약을 허가할 때 인정해주고, 신약 허가 심사 등을 신속하게 하는 ‘패스트트랙’ 대상도 확대했다.

동시에 우시를 바이오 중심 단지로 키웠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보조금과 토지 및 세제 혜택, 핵심 과학자 유치 인센티브 등을 입주 기업에 쏟아부었다. 바이오 신약의 DNA 서열만 제출하면 9개월 안에 IND 신청까지 마무리해주는 파격적인 행정 시스템도 도입했다. 2010년대 초 우시바이오단지 구축에 나선 지 10년 만에 세계 1위 임상시험수탁개발생산(CRDMO) 기업인 우시앱텍과 우시바이오로직스를 배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우시바이오단지에는 초기 바이오벤처부터 글로벌 제약사까지 약 500개 기업이 둥지를 틀었다. “우시가 멈추면 글로벌 신약 개발도 멈춘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중국이 신흥 바이오 강국으로 위상이 높아진 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바이오 신약 건수로도 알 수 있다. 비원메디슨(옛 베이진)의 혈액암 치료제 브루킨사(2019년), 준시바이오사이언스 면역항암제 록토르지(2023년), 허치메드의 대장암 치료제 프루자클라(2023년), 이바이브바이오텍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라이즈뉴타(2025년) 등 4개 바이오 신약이 FDA의 깐깐한 심사를 통과했다.

아직 한 건도 배출하지 못한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들 중국 바이오벤처는 신약물질 발굴부터 임상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달리 한국 바이오 기업은 온갖 규제와 자금 부담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 ‘기술 이전’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