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테크’(중국의 최첨단 기술) 심장부인 광둥성 선전에 있는 난산 인재공원. 배달앱 ‘메이퇀’으로 맥도널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자 10분 뒤 자기 몸보다 큼직한 상자를 매단 드론이 고층 빌딩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배달료는 11위안(약 2200원).
중국 정부가 ‘하늘길 규제’를 풀어준 덕에 드론 배송은 이제 중국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선전에 허용된 드론 배송 지역만 20곳에 이른다. ‘3㎞ 반경, 15분 도착’을 내세운 메이퇀은 선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는 물론 홍콩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 해외 도시를 포함해 64개 지역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60만 건 넘는 누적 주문 건수를 기록해 사업 안정성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드론 천국’ 부른 규제 완화드론은 이제 중국에서 일상이 됐다. 지난달 20일 톈진에서 만난 드론업계 선두 기업 이페이즈쿵의 천윈 회장은 “10년 뒤에는 집집이 드론을 한 대씩 갖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천 회장은 “100년 전 등장한 자동차가 필수품이 됐듯이 드론도 일상적 이동·배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문한 이페이즈쿵 본사는 미래 도시를 연상하게 했다. 수천 대가 동시에 군무를 펼치는 공연용 드론부터 고층 빌딩 외벽 청소, 화재 진압, 응급 구조, 산림 방재, 보안 순찰 등 사람이 하기 힘든 영역에 투입되는 산업용 드론까지 전시돼 있었다.
이페이즈쿵의 핵심 경쟁력은 ‘두뇌’다. 기체만 조립하는 하드웨어 기업을 넘어 비행을 제어하는 칩과 소프트웨어, 군집 알고리즘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 수천 대가 동시에 비행하면서도 0.38m라는 좁은 간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바람과 기류를 계산해 최적의 비행 간격을 유지하는 기술은 공연을 넘어 향후 물류·교통·보안 분야에도 적용될 것으로 이페이즈쿵은 예상하고 있다. 천 회장은 “드론의 두뇌 개발은 진입장벽이 높다”며 “드론 관련 기술은 이페이즈쿵을 비롯한 중국이 세계 최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드론 시장엔 이페이즈쿵만 있는 게 아니다. 10년 전 세계 최초로 드론에서만 10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린 DJI의 고향도 중국이다. DJI는 세계 민간용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기업이다. 이런 기업들 덕분에 중국은 명실상부한 ‘드론 왕국’이 됐다. 설계, 제작, 통신기술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1위다. 등록된 민간 드론만 2023년 기준 126만7000대에 달한다.
상업용 드론 후발주자이던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접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있었다. 드론은 안전 문제, 교통 체계 구축, 법·제도 정비 등 넘어야 할 숙제가 첩첩이 쌓인 분야다. 중국은 드론산업에 ‘선 허용·후 보완’ 형태의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 기업이 마음껏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2020년에는 베이징, 상하이, 저장 등지에 13개 민간용 무인비행항공실험구를 지정해 기업이 자체 개발한 드론과 무인항공기를 띄울 수 있도록 허용했다. ◇ 702조원 ‘저공경제’ 띄운다‘드론 왕국’으로 만족할 중국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아예 ‘저공경제(低空經濟)’란 이름까지 붙여 드론뿐 아니라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패권 접수에 나섰다. 저공경제란 1000m 이하 공역에서 드론, eVTOL 등을 활용해 교통, 물류, 보안, 관광 등 다양한 산업을 펼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말한다. 중국은 2021년 저공경제를 국가 교통망 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한 뒤 국가 차원에서 키우고 있다. 2023년에는 저공경제를 국가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필요한 핵심 산업인 ‘전략적 신흥산업’에 포함했다.
이를 통해 2023년 5059억위안(약 101조원)에서 2035년 3조5000억위안(약 702조원)으로 커질 저공경제 시장을 휘어잡는다는 게 중국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2023년 비행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식으로 민간 기업이 저고도 영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군사기관에 미리 신청하지 않아도 드론과 무인항공기를 띄울 수 있는 영공을 넓혀준 것이다. 그러자 물류기업 징둥과 순펑이 선전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에 나섰고, 하이난 싼야에서는 드론으로 3만㎢를 순찰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중국은 드론에 이어 eVTOL 시장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드론을 통해 축적한 비행체 제조 기술과 운용 노하우, 산업 생태계를 이보다 큰 비행체인 eVTOL에 그대로 심은 덕분이다. 최지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대다수 국가가 안전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저고도 공영 개방을 주저하는 만큼 중국이 저공경제 시장에서 저만치 앞서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톈진=이혜인/선전=신정은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