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무죄', 한숨 돌린 카카오…"시장 변화 발빠르게 대처" [종합]

입력 2025-10-21 13:09
수정 2025-10-21 13:45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일단 '사법 족쇄'를 풀게 됐다. 법원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와 관련해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회사 차원의 사법 리스크도 덜었다. 김 창업자는 선고 직후 법원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카카오는 그간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뼈아프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만회하겠다고 밝혔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이날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창업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창업자는 선고 직후 "오랜 시간 꼼꼼히 자료를 챙겨봐주시고 이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인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시세를 설정·고정하는 데 관여했다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는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실패하자 카카오엔터와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최대 주주에 올랐다.

검찰은 2023년 2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약 1100억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매수·물량소진하는 수법으로 300회 이상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창업자가 이 같은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데 따라 시세 조종이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김 창업자를 구속기소했다. 김 창업자가 구속기소된 당일 공교롭게도 카카오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김 창업자를 묶어둔 사법 족쇄는 회사 차원 리스크로 확산할 수도 있었다. 시세 조종 혐의가 유죄로 판단되고 카카오 법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 이상을 확정받게 되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리를 내워야 할 수 있다.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법·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법원은 김 창업자가 구속된 지 101일 만에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은 이후 법원에 김 창업자의 보석 취소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창업자 측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행위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타 기업의 공개매수가 있더라도 장내 매수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항변했다. 인위적 조작이 없었던 데다 사전 공모 정황을 찾을 수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이에 지난 8월 결심공판 당시 김 창업자에게 징역 15년·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 전 투자총괄대표에게 징역 12년·벌금 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주식회사 카카오·카카오엔터에 대해서도 벌금 각 5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창업자와 배 전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해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에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고려한 것은 맞지만 반드시 인수해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주장하는 증거들만으로 시세 조종 공모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카카오에서 한 매수 주문은 시간적 간격, 매수 방식 등을 살펴봤을 때 시세 조종성 주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시세에 인위적 조작을 가해 정상적 시장 가격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는 1심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을 냈다. 회사는 무죄 선고와 관련해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에 감사드린다"며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SM 인수 과정에서 김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바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2년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카카오 그룹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은 뼈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만회하고 주어진 사회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