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1일 15: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문턱을 높이자마자 광동제약이 첫 발행 주자로 나섰다. 강화된 공시 기준이 적용된 첫날 EB 발행을 공시하며 정면 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EB 발행 대신 자사주 소각을 기대했던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전날 250억원 규모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를 대신증권에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 대상 자사주는 379만3626주로 발행주식총수의 7.2%에 달한다. 교환가격은 6590원으로 기준가격의 115%다. 해당 EB는 발행일로부터 1개월 뒤(다음달 28일)로부터 만기 1개월 전(2030년 9월 28일)까지 교환청구가 가능하다.
광동제약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계열사 프리시전바이오의 17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계열사 광동헬스바이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30억6000만원 규모)에도 참여한다. 나머지 50억원은 시설투자를 추진하는 광동헬스바이오에 대여하기로 했다.
이번 EB 발행은 금감원이 20일 시행한 공시 작성기준 개정 방안의 첫 적용을 받았다. 앞서 금감원은 기업들이 자사주 대상 EB를 발행할 때 다른 자금조달 방법 대신 EB 발행을 선택한 이유, 발행시점 타당성에 대한 검토 내용, 기존 주주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시에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금감원이 이 같은 방안을 꺼낸 것은 기업들의 무분별한 EB 발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이 논의되자 기업들은 서둘러 EB 발행에 나섰다. 금감원에 따르면 3분기 중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총 50건, 1조4455억원으로 전년 총 발행규모(28건, 9863억원)를 뛰어넘었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현 경영진 잠재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많다.
높아진 문턱에도 광동제약이 EB 발행을 강행한 것은 최대주주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6월 말 기준 최성원 광동제약 회장의 지분율은 6.59%에 불과하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18.19%에 그친다. 2대 주주는 미국계 투자자 피델리티로 9.99% 지분을 갖고 있다. 최 회장 측으로선 위협감을 느낄 만한 수준이다.
광동제약은 금감원이 강화한 공시 기준에 맞춰 EB 발행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차입금이 2022년 말 1130억원에서 작년 말 253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자비용이 기존 37억원에서 89억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광동제약은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우려되는 신주 발행이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자기주식 대상 EB 발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동제약은 아울러 프리시젼바이오이 발행한 CB 조기상환청구 기간이 다가오고 있어 EB 발행을 통한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첫 조기상환지급일이 다음달 도래할 예정이다. 올해 말 예정돼 있는 광동헬스바이오의 시설투자에도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주들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달 말 ‘자사주 동맹’도 체결한 바 있어서다. EB 발행과 마찬가지로 소각하는 대신 지배력 유지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광동제야은 삼양패키징·금비·삼화왕관에 자사주 373만4956주(지분율 9.5%)를 처분했다. 총 220억원 규모다. 삼양패키징에는 자사주를 단순 매각했고, 금비와 그 자회사인 삼화왕관과는 자사주를 맞교환했다. 3개사 모두 광동제약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광동제약은 제약뿐만 아니라 음료수 사업도 하고 있는데 3개사 모두 음료수 용기 제조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공시 기준이 강화한 첫날 자사주 EB 발행 사례가 나오면서 발행에 일정 부분 제동을 걸려는 시도가 무색해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태광산업의 EB 발행 때처럼 기업들의 공시에 정정 요구 등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