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립스틱' 야심차게 내놨지만…"도와주세요" 극약처방

입력 2025-10-21 09:59
수정 2025-10-21 10:04
프랑스 명품그룹 케어링(Kering)이 20일(현지시간) 뷰티 사업부를 글로벌 화장품기업 로레알(L’Oreal)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거래 금액은 약 40억유로(약 4조6600억원)로, 럭셔리 향수 브랜드 ‘크리드’ 인수와 함께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케어링 산하 브랜드의 향수 및 화장품 라이선스권이 포함됐다. 이번 거래는 내년 상반기 종결될 예정이다.

케어링은 2023년 크리드 인수를 계기로 ‘케어링 뷰티’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 겹치면서 불과 2년 만에 전략을 뒤집었다. 올 상반기 케어링의 순부채는 95억유로에 달했고, 핵심 브랜드 구찌의 영업이익률은 16%로 전년 대비 8.7%포인트 하락했다. 그룹 매출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취임한 루카 데 메오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어려워도 강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비핵심 사업 정리와 재무 건전성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로레알은 이번 인수를 통해 럭셔리 뷰티 포트폴리오를 대폭 강화한다. 크리드는 니치 향수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전 세계적 확장성이 높은 하이엔드 라인이다. 여기에 구찌,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케어링 주요 브랜드의 뷰티 라이선스를 확보함으로써 로레알은 패션 하우스의 감성을 담은 럭셔리 화장품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넓힐 것으로 보인다. 로레알은 이들 브랜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케어링에는 로열티를 지급키로 했다.

양사는 ‘웰니스(Wellness) 및 롱제비티(Longevity)’를 공동으로 탐색하기 위한 전략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케어링의 럭셔리 브랜드 자산과 로레알의 뷰티 기술력을 결합해 럭서리 건강 및 장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레알은 올 들어 공격적인 인수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6월 영국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케이트(Medik8) 지분 과반을 확보했고, 미국 프로페셔널 헤어케어 브랜드 컬러와우(Color Wow)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닥터지(Dr.G)’ 브랜드를 품으며 아시아 시장 확장에 속도를 냈다. 이번 케어링과의 거래는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의 정점으로, 로레알이 향수, 스킨케어를 넘어 웰니스 분야까지 발을 넓히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