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한 정기선 "어려움 극복한 경험이 HD현대의 DNA"

입력 2025-10-20 09:43
수정 2025-10-20 09:48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20일 취임 일성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HD현대의 DNA”라며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되자”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그룹 전사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우리가 많은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 우리 그룹이 당면한 경영환경은 매우 엄중하다”며 "미-중 패권 경쟁과 경기침체, 중국발 공급과잉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고 위기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정 회장은 조선, 건설기계, 정유·석유화학 등 사업 부문별 위기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조선업은 중국의 시장 잠식이 모든 선종에 걸쳐 가속화되고 있고, 건설기계 사업은 미국 관세와 초대형 경쟁업체의 시장 잠식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 및 석유 화학 사업도 상반기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이런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라며 “1972년 울산조선소 기공식 이후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전력을 다해 실행해서, 결국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조선 사업에서는 디지털,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조선소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나가면서 중국과의 원가 경쟁력 차이를 줄여갈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고, 건설기계 사업은 합병을 계기로 양사의 자산을 한데 모아 최적의 글로벌 생산 체계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을 뗐다고 분석했다.

정유는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석유화학은 지속적인 혁신 활동을 통한 원가 개선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력기기 사업에 대해선 "최근 전력 소비의 증가로 호황을 맞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은 지금의 기회를 살려 근본적인 체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금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두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HD현대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과 그 DNA 덕분”이라며 “모두가 한 뜻으로 뭉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되자”고 말했다.

한편 정 회장은 권오갑 명예회장을 향해 “정말 어려운 시기를 훌륭하게 이끌어 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