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목탐구]
JP모간의 대규모 투자 소식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계기로 양자컴퓨팅 관련주가 급등세를 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종목은 리게티컴퓨팅이다. 양자컴퓨팅은 인공지능(AI)과 함께 세상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히지만 거품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사업모델이 비교적 탄탄한 리게티컴퓨팅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게티컴퓨팅은 지난 10월 13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전날 대비 25% 급등한 54.91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디웨이브퀀텀(23%), 아르킷퀀텀(20.1%), 아이온큐(16.2%), 퀀텀컴퓨팅(12.9%) 등 다른 양자컴퓨팅 관련주보다 상승 폭이 컸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가 양자컴퓨팅 등 주요 첨단 기술에 10년간 총 1조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노벨물리학상까지 겹호재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초고속 연산이 가능해 ‘꿈의 기술’로 불린다. 데이터 암호화, 네트워크 보안, 신약 개발 등에서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양자컴퓨터는 인류가 불을 발견한 이후 가장 큰 혁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자컴퓨팅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가 잇달아 투자에 뛰어들어 올해 뉴욕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7일 발표된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탄생한 것도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리게티컴퓨팅은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은 187.6%로 5개 양자컴퓨팅 관련주 중 가장 높았다. 양자컴퓨팅이라는 ‘미지의 기술’을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기업이란 평가가 투자로 이어졌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기술 혁명 초입기에는 거품과 변동성이 커지기 마련”이라며 “이럴 땐 그 분야 대표주로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리게티컴퓨팅은 2013년 IBM 연구원이자 물리학자인 채드 리게티가 설립한 미국 ‘풀스택 양자 기업’이다. 풀스택이란 단순히 양자 칩 개발에 그치지 않고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인프라까지 직접 설계·개발하는 수직계열화를 뜻한다.
이를 기반으로 상용화 모델을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양자컴퓨팅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에서 슈퍼컴퓨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플랫폼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이 회사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로 매출 20만 달러를 올렸다.
수직계열화로 수익 모델 증명
그로스리서치는 “풀스택 기업은 기술 통합, 시스템 확장, 상용화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이 점에서 리게티컴퓨팅은 다른 양자컴퓨팅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리게티컴퓨팅 기술력은 실제 수주 사례로도 입증됐다. 이 회사는 미국 공군 과학연구실과 5년간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고성능 칩을 공급하고 있다. 정부와 장기 계약을 맺어 기술의 신뢰성뿐 아니라 품질·공급 능력도 인정받은 셈이다. 7월에는 최신 모듈형 36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스템에서 양자 연산의 핵심인 ‘2큐비트 게이트’ 오류율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하며 기술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다만 다른 양자컴퓨팅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게티컴퓨팅도 아직은 기술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다. 이 때문에 가시적인 실적이 좋지 않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약 1200만 달러, 영업손실은 7100만 달러였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8%,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7.6배였다.
미국 투자은행(IB)들의 리게티컴퓨팅 목표주가는 평균 20달러 선에 머물러 있다. 중소형 투자은행인 벤치마크가 월가에서 가장 높은 50달러를 제시했지만 지난 10월 주가는 이마저 넘어섰다.
최만수 한국경제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