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테크'에 뭉칫돈…24兆 몸값 스타트업도 등장

입력 2025-10-20 17:30
수정 2025-10-27 16:10
글로벌 인사관리(HR) 플랫폼 기업 딜이 3억달러(약 4170억원)를 투자받고 기업가치를 173억달러(약 24조5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딜과 함께 HR 플랫폼 분야에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분류되는 리플링이 4억5000만달러(약 648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 지 약 반년 만이다. HR에 인공지능(AI)이 결합하면서 데이터에 근거한 기업 인사 솔루션이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기업은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자금을 공격적 인수합병(M&A)에 투입하는 등 대형화 추세도 뚜렷하다.
◇ M&A 활발한 HR테크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딜은 기업 채용부터 급여, 계약관리 등 인사와 관련한 전주기를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올해 연간반복매출(ARR)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ARR은 기업이 매년 반복적으로 얻는 고정 구독 매출의 총합이다.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는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또 다른 HR테크 기업 리플링도 지난 4월 대형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파커 콘래드 리플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매출 증가율이 연 30%를 넘는다”고 했다. 올해 리플링의 ARR은 5억7000만달러를 웃돈다.

HR테크 분야의 뜨거운 열기는 M&A 관련 지표로도 확인된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미국 내 HR 기업 M&A만 120건, 규모는 1800억달러(약 255조원)에 달했다. 투자를 받고 덩치를 키운 HR 플랫폼 업체들은 앞다퉈 M&A에 나섰다. 글로벌 HR 기업 워크데이는 최근 AI 기업 지식툴을 개발 중인 스웨덴 스타트업 사나를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AI 채용 솔루션 스타트업 패러독스도 인수했다. 또 다른 HR 기업 인튜이트 역시 중소기업 전문 HR 플랫폼 고코를 사들였다. 페이첵스는 지난 4월 경쟁사 페이코어를 41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매수했다. ◇ 국내에서도 대형화 추세HR테크 시장은 2020년대 초반 빠르게 커지다가 코로나19 때 근무 환경 변화 등으로 성장이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AI 적용이 고도화하며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AI업계 관계자는 “구글 등 미국 빅테크는 이미 인사를 데이터의 과학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사내 네트워크망을 통해 이뤄지는 각종 대화, 이메일 등이 HR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HR 기업도 예전엔 급여, 채용, 근태 등 기능별로 솔루션을 제공했다면 최근엔 이 같은 인사의 전주기를 한꺼번에 통합해 기업 고객에 제공하는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HR 플랫폼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뛰어난 HR 스타트업들이 원스톱 플랫폼 구축을 원하는 대형 HR 기업에 연달아 인수되는 거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채용, 내부 역량 매칭, 피드백 자동화 등의 기능을 넣는 게 업계 표준이 되고 있다”며 “해외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이 늘어나며 여러 국가의 노동법과 세금 규제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기능까지 HR 플랫폼에 장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1위 HR 플랫폼 기업 리멤버앤컴퍼니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EQT파트너스에 인수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EQT는 인사, 회계 등에 필수적인 국내 최대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 기업 더존비즈온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