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시동 건 박찬욱 '어쩔수가없다'…시체스영화제 감독상 수상

입력 2025-10-20 16:37
수정 2025-10-20 17:00

박찬욱 감독이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스페인 시체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는 가운데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내년 오스카상(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에도 청신호를 켰다.

영화계에 따르면 박 감독은 전날 폐막한 ‘제58회 시체스영화제’에서 감독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시체스영화제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로, 판타지와 호러 등 작품 완성도와 함께 서사적 상상력을 겸비한 여러 장르의 영화를 조명하는 국제 영화제다.

시체스영화제는 특유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한국 영화와 궁합이 잘 맞는 국제 영화제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거쳐 갔다. 김기덕 감독의 ‘섬’과 ‘시간’, 김지운 ‘달콤한 인생’, 봉준호 ‘괴물’ 등이 초청받았다. 지난해엔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과도 인연이 깊다. 박 감독은 2004년 영화 ‘올드보이’로 작품상을 받았고, ‘쓰리, 몬스터’(2004년)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7년), ‘아가씨’(2017년)도 경쟁부문에 초청돼 각각 FX작업상, 각본상, 관객상을 받았다.

영화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박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해외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8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뉴욕영화제, 런던 국제영화제, 마이애미 국제영화제 등 글로벌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됐다.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선 신설된 국제관객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해고된 중년 남성이 어렵게 마련한 집과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재취업 방도로 구직 경쟁자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서사적 아이러니와 블랙 유머가 평단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시체스 영화제에선 “노동 정책에 대한 오싹한 풍자이면서 완성도 높은 우아한 미학을 보여준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내년 3월 열릴 오스카상으로 잘 알려진 ‘제98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실제로 토론도 영화제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꼽히며 수상작이 오스카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어쩔수가없다’는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작으로 선정돼 출품이 확정됐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