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사 터졌다"…쌀쌀해지자 매출 폭발에 '훈풍' 부는 곳 [트렌드+]

입력 2025-10-21 08:30
수정 2025-10-21 08:50

업황 둔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패션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도는 분위기다. 기후 변화로 여름이 길어지고 간절기 개념이 흐려지면서 가을 의류 매출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왔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여름이 일찍 끝나고 선선한 날씨가 찾아오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올해는 다르다"…쌀쌀해지자 가을옷 '불티'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 들어 백화점 3사의 패션 관련 매출이 일제히 늘었다. 최근 한 달간(9월15일~10월14일) 신세계백화점의 패션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의 가을·겨울(FW) 상품 매출도 약 21%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도 패션 매출이 10% 증가했다.

간절기 패션 수요는 온라인 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이 기간 바람막이, 저지 등 ‘트레이닝 재킷’ 관련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60% 급증했다. ‘후드 집업’, ‘레더(가죽) 재킷’ 관련 거래액도 각각 46%, 45% 늘었다. W컨셉 역시 가을 의류 매출이 30% 증가해 데님 팬츠(115%), 블라우스·셔츠(47%), 카디건(45%), 긴팔(32%) 등 가을철 대표 품목들이 전반적으로 판매 호조였다.

이 같은 수요 증가에는 날씨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이상고온’ 발생일수(최고 기온 기준)는 약 8일로, 작년 9월(약 17일)보다 절반 이하로 줄었다. 지난해 9월 평균기온은 24.7도로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9월을 기록했다. 절기상 가을로 접어드는 때에도 기록적 폭염이 이어져 가을옷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반면 올해는 9월 중순부터 일교차가 벌어지고 낮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져 일찌감치 날씨가 선선해진 데다 가을장마까지 더해져 FW 패션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은 레이어드(겹쳐 입기) 유행도 매출을 견인하는 데 한몫했다. 기후 변화로 계절 구분이 흐려지면서 경량 패딩, 스웨이드 재킷 등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아이템을 조합할 수 있는 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겨울철 패션 수요가 늘자 업계는 간만에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작년 가을에는 늦더위가 길게 이어지면서 패션 매출이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FW 패션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씨·소비쿠폰 효과"…패션업계, 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 패션업계는 이번 FW시즌을 기점으로 실적 반등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올 초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겨울 장사’가 부진했던 만큼 업계는 하반기 실적 만회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된 점도 일정 부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증권가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fn가이드 기준)를 보면 국내 주요 패션업체의 올 4분기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섬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259억원으로 전년 동기(209억원) 대비 23.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 영업익도 6346억원에서 7820억원으로 23.2%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2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영원무역 또한 올 4분기 428억원의 영업익을 거둬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월 중순 이후 쌀쌀해지면서 FW 신제품 매출이 전년보다 잘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날씨 영향뿐 아니라 하반기 소비 쿠폰 효과로 소비심리가 회복된 영향이 크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하반기 패션 매출은 작년 대비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