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가 새로운 협상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 측이 확대할 수 있는 물량은 많지 않지만 쌀·한우 등과 비교하면 시장 개방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대미(對美)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수입한 대두는 대부분 식용유 등 기름을 짜는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이 최근 한국에 대두 수입 확대를 요청한 것은 중국이 지난 5월부터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 전체 대두 수출량의 약 45%인 2700만t을 수입했다. 대두는 미국 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된다.
전문가들은 대두가 쌀이나 한우 등 다른 농축산물에 비해 시장 개방에 따른 민감도가 크지 않다고 분석한다. 대두 수입 물량에 대한 국내 수요가 많은 데다 별도의 조약 개정 없이도 수입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대두는 상대국과 1 대 1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상 저율관세할당(TRQ) 물량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설정한 TRQ 물량 등 크게 두 갈래로 국내에 수입된다. 미국산의 경우 한·미 FTA에 따른 TRQ 물량은 올해 기준 3만4000t으로, 매년 3%씩 증량된다. 정부 안팎에선 수입량을 늘릴 수 있는 규정이 불분명한 한·미 FTA보다는 WTO상 TRQ 물량을 늘려 미국산 대두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수입량을 넓히는 방안으로, WTO 회원국에서 별도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간 논의를 통해 수입 물량을 확대할 수 있다.
WTO의 TRQ를 두 배로 확대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량엔 턱없이 못 미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일본과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도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했다는 성과를 지지 기반에 내세울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협상 중인 사안에 관해선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과거 국내 수입 가공업체 요구로 WTO상 TRQ 물량을 늘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