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 10% 기부"…프리즈 '환경파괴' 오명 벗을까

입력 2025-10-19 17:19
수정 2025-10-20 00:24
아트페어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순수 창작물에 가격을 매겨 사고파는 ‘부유층만의 놀이터’라는 인식이 첫 번째. 하지만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수집가와 기관에 공식 관문이 돼주는 역할도 한다.

올해 프리즈 런던은 두 번째 얼굴에 확실히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된다. 12년 차 이하 신진 갤러리를 위한 ‘포커스 섹션’이 박람회 핵심이 됐다. 부스 참가비 등을 인하해 문턱을 낮춘 결과 20개국 이상의 35개 갤러리가 단독 또는 공동 전시를 선보였다. 작가와 갤러리 연령대만 낮춘 게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바라보는 기후 문제에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대응했다.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LA), 서울에 이어 내년 아부다비에도 진출하기로 한 프리즈는 “아트페어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비난에 응답하듯 올해 ‘기후 위기 대응 이니셔티브’를 전격 도입했다. 프리즈 런던과 마스터스에서 ‘10% Of’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참여를 원한 일부 갤러리가 지정 작품 판매 가격 중 10%를 국제 미술계 환경 자선 단체인 갤러리기후연합(GCC)에 기부하도록 한 것이다.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리슨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등 30여 개 갤러리가 첫 참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프랜시스 모리스 GCC 이사회 의장은 “10% Of는 예술가와 갤러리, 컬렉터가 공동 기금을 마련해 환경에 관한 책임을 다하려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아트페어는 수년간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히며 오명을 얻어왔다. 한 해에만 크고 작은 아트페어 300여 개가 전 세계에서 열리며 항공 운송과 설치 및 철거 과정이 논란의 정점에 있었다.

존 애시먼 프리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며 “기부금 외에도 박람회에서 사용하는 카페 등을 산업 자재로 재활용하는 등 2030년까지 폐기물을 거의 제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런던=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