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 회장 "국악은 회사를 일으키고 키운 보물"

입력 2025-10-19 17:15
수정 2025-10-20 00:15
“국악을 통해 쓰러진 회사를 일으켜 세울 용기를 얻었어요. 크라운해태를 성장시킨 동력도 결국은 국악이죠.”

국내 기업이 주최하는 국악 공연 가운데 최대 규모 행사인 ‘창신제(創新祭)’를 20년 넘게 열어온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사진)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국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윤 회장이 국악을 처음 접한 때는 1998년이다. “크라운제과가 부도났을 때 무작정 산을 올랐어요. 등산복도 마땅히 없고 해서 양복을 입고 산길을 걷는데 처음 듣는 음악 소리가 났어요. 대금이었어요. 그 길로 대금 선생님을 찾았고 단소에까지 빠지게 됐죠.”

국악에 눈을 뜬 윤 회장은 우리 고유의 음악을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전통음악에 후원한 금액은 1000억원에 이른다. 2004년 창신제를 처음 열면서 ‘국악 경영’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회사를 부활시킬 수 있도록 도와준 고객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올린 무대였다. 윤 회장은 “보은의 행사로 마련한 국악 무대가 점주와 VIP 고객들의 호응 속에 소중한 영업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크라운해태가 개최하거나 후원한 국내외 국악 행사는 2071회에 이른다. 누적 관객이 250만 명, 무대 참여자만 7만여 명이다. 크라운해태 임직원 250명이 동호회를 꾸려 국악 공연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 6월엔 일본 오사카 엑스포에서 종묘제례일무 ‘보태평지무’, 사물놀이 등을 선보였다.

윤 회장은 “한국에 주요 제과업체가 3개 있는데 다들 너무 잘 만들어서 눈을 감고 먹으면 구별이 어려울 정도”라며 “치열한 제과 시장 경쟁에서 국악은 크라운해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적인 맛을 담는 데도 유리하다고 봤다. 그는 “예술 경영을 기반으로 2014년 허니버터칩 같은 창조적 국민 과자를 내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은 창신제는 17일부터 사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는 백제 노래 ‘정읍사(井邑詞)’에서 기원한 ‘수제천’을 재해석했다. 윤 회장은 “아리랑이 맛있는 반찬이라면 수제천은 김치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