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한 가운데 과도기 동안 가자지구의 치안 통제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무장 해제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피하며,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평화 구상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마스 정치국 위원인 무함마드 나잘은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 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장 해제를 '예' 또는 '아니오'로 단정할 수 없다"라며 "무기를 누구에게 넘긴다는 것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 해제 문제는 하마스만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전체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도기 동안 가자지구 행정은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과도 정부가 담당하되 치안 유지와 현장 통제는 하마스가 맡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치안 공백과 무장 갱단의 구호품 약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나잘 위원은 하마스 무장 조직원들이 지난 13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공개 처형을 단행한 것에 대해서도 옹호했다. 그는 "전시에는 항상 예외적 조치가 있다"며 "처형된 자들은 살인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하마스가 휴전 합의에 없는 살인을 이어간다면 우리가 들어가서 그들을 죽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나잘 위원의 발언이 가자지구의 종전으로 가는 길이 여전히 험난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마스는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의 1단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하마스는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 전원을 석방했지만 인질 시신은 반환하기로 한 28구 중 9구만 인계했다. 2단계 협상은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하마스를 배제한 가자 과도 행정부 수립 등이 핵심 쟁점이다.
하지만 아직 1단계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단계는 하마스가 무장 해제와 통치 배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나잘 위원은 2단계 협상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나잘 위원의 발언에 대해 "하마스는 합의에 따라 무장 해제돼야 한다. '만약'도 없고, '그러나'도 없다"며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20개 항목 평화 구상을 준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하마스에 우호적인 팔레스타인 쿠드스뉴스는 이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시티 외곽에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희생자는 모두 한 가족으로 이들이 탑승하고 있던 차량이 피격돼 어린이 7명과 여성 3명을 포함한 전원이 숨졌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