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500만 명을 넘어섰다. 박물관 80년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 등으로 전통문화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초부터 지난 15일까지 총 501만6382명의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았다고 17일 발표했다. 10월 중순에 기존 연간 기록인 418만여 명(2023년)을 일찌감치 추월했다. 증가세를 이끈 건 내국인 관람객이다. 내국인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폭증한 483만여 명을 기록했다. 외국인 관람객은 18만5705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7%(2만842명)가량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연간 기록(19만8000명)도 무난하게 넘어설 전망이다.
올 들어 박물관 관람객 수는 매월 증가세를 보였다. 1~2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개최한 전시 ‘비엔나1900, 꿈꾸는 예술가들’이 대박을 터뜨리며 월별 관람객 수를 20만 명 안팎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6월 20일 케데헌이 공개된 직후 증가폭을 키웠다. 7~8월 내국인 관람객은 전년 동기 대비 82만여 명 늘었다. 매년 여름철마다 몰리는 ‘박물관 피서객’에 더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 굿즈(박물관 상품) 구매 수요 등이 작용했다. 6월까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던 외국인 관람객도 7월 23.9%(5150명), 8월 29.1%(5170명), 9월 37.3%(6620명) 증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연간 관람객 500만 명대는 전 세계 박물관·미술관을 통틀어 상위 5위권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해외 미술 전문지인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지난해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은 박물관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874만 명)이었다. 이어 바티칸 박물관(683만 명), 영국 박물관(648만 명), 메트로폴리탄 미술관(573만 명), 테이트 모던(460만 명) 등 순이었다.
관련 업계에선 “이제 숫자보다 내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물관 관계자는 “관람객 급증으로 관람 환경이 악화하고 주차 등 편의시설 문제도 커지고 있다”며 “입장료를 유료화하고 해당 수익으로 관람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