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로켓시장 훨훨…'특수합금 강자' 세아·풍산 특수

입력 2025-10-17 17:36
수정 2025-10-18 01:09
특수합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아·풍산 등 국내 철강기업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방위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우주 분야에서도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 업체까지 로켓을 쏘면서 이에 필요한 특수합금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수합금 수요가 향후 5년간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포스코가 다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아 “美공장서만 1조원 매출”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지주는 지난해 2100억원을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특수합금 공장을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 미국 첫 현지 시설인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약 6000t의 특수합금을 생산해 미국 기업에 공급한다.

세아베스틸지주가 첫 미국 공장을 특수합금 분야로 선택한 것은 수요는 많은데 경쟁자가 없어 마진이 커서다. 특수합금은 니켈계 초합금, 티타늄 합금, 코발트계 합금 등 특수금속과 철강을 섞어 만든 합금으로, 제조 시 초고온 환경에서 절삭, 성형, 열처리 등을 거쳐야 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범용철강 제품의 영업이익률은 3%대까지 낮아졌지만, 특수합금은 20% 이상일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글로벌 특수합금의 수요는 지난해 약 57만3000t에서 2031년 98만9000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2031년 21조6150억원 안팎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글로벌 특수합금 수요의 절반은 미국에서 발생한다. 미국이 방산·우주항공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형 전투기와 우주선 등에선 일반 철강을 쓸 수 없고 특수합금이 필수적이다. 록히드마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스페이스X, 보잉, GE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최종 고객이다.

원자력발전, 풍력발전, 소형모듈원전(SMR) 등에 들어가는 가스터빈에도 특수합금이 쓰인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들 분야에서도 특수합금을 많이 살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반도체, 2차전지, 의료, 에너지 제품 고도화에 따라 특수합금 수요가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아베스틸지주는 내년 미국 기업 주문량 등을 분석한 뒤 추가 증설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장에서만 1조원 이상의 매출과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게 목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조6361억원, 영업이익은 523억원이었다. ◇풍산 등도 사업 본격화 채비풍산도 특수합금 시장을 살피면서 사업을 본격화할 채비에 나섰다. 풍산은 특수합금 제조의 앞 단계인 특수합금 재료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풍산은 방산·우주항공에 많이 쓰이는 니켈·코발트 초합금과 결이 다른 구리 합금 위주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기술적 연계성을 고려하면 사업 확장이 용이하다”고 했다. 풍산은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 규모 확대를 검토 중이다.

에이치브이엠, KPCM 등 특수합금 관련 중소기업도 미국 등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에이치브이엠은 연 2400t 생산 규모의 충남 서산 1공장 옆에 연 1만5000t 규모의 2공장을 현재 추가로 짓고 있다.

업계는 특수합금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포스코가 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포스코는 2014년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사업을 하던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강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특수합금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수익의 특수합금 분야를 키우려 하는 철강기업이 추가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