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비트코인으로 다시 날아오른 ‘돈나무 언니’

입력 2025-11-03 06:02
수정 2025-11-10 08:11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국내 투자자들에게 일명 '돈나무 언니'로 알려져 있는 캐시 우드(캐서린 우드) 아크 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의 ‘아크 이노베이션(티커명 ARKK)’ 상장지수펀드(ETF)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수익률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4배 이상 앞질렀다.

캐시 우드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비트코인 관련주들의 비중을 높여 이 같은 성과를 냈다. 테슬라로 상징되는 그의 '파괴적 혁신'이란 투자 원칙이 또다시 통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의 펀드가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던 만큼 전문가들은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4년 만에 중국 기술주 투자 재개

미국 뉴욕 증시에서 ARKK는 10월 15일 2.44% 오른 89.3달러로 마감했다. 연초대비 58.2%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14.0%), 나스닥 지수(17.7%)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ARKK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의 핵심 투자 펀드다. 테슬라,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템퍼스AI, 팰런티어 등 기술주와 가상화폐 관련주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다.

캐시 우드는 최근 가상화폐에 대한 강한 신뢰와 함께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그는 최근 가상화폐 관련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가상화폐 중 가장 큰 존재가 될 것"이라며 "우리 펀드의 투자 자산 중 상당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캐시 우드는 2030년까지 비트코인이 380만 달러(약 51억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아크 인베스트가 중국 기술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를 재개한 것도 시장의 관심을 모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9월 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1630만 달러(약 232억 원) 규모 알리바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매수했다고 밝혔다. 아크 인베스트가 중국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재개한 것은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대규모 매수는 최근 알리바바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2021년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가 폭락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기술주 투자를 재개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테슬라 비중 여전히 가장 높아

캐시 우드는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돈나무 누나’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그가 이끄는 아크 인베스트는 과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테슬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했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일부 미국 주식 투자 고수들은 이 아크 인베스트의 포트폴리오를 참고하면서 투자 종목의 비중을 조절한다. 아크 인베스트의 투자 종목과 비중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크 인베스트 홈페이지로 이동한 뒤 ‘ETFs’ 메뉴에서 ETF 이름을 클릭하면 맨 아래에 각 ETF별 톱10 편입 종목을 볼 수 있다.

아크 인베스트의 ETF 중 투자자들이 확인할 필요가 있는 ETF는 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조절하는 액티브형 ETF다. 패시브형 ETF는 S&P500, 나스닥 등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펀드이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다.

아크 인베스트는 총 7개의 ETF를 운용하고 있다. 그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ARKK는 아크 인베스트의 대표 투자 종목을 종합적으로 모아 놓은 ETF다. 현재 테슬라를 가장 높은 비중(11.74%)으로 담고 있으며 코인베이스 글로벌(5.73%)을 2위로 편입하고 있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5.68%), 로쿠(5.40%), 템퍼스AI(5.21%), 로블록스(5.12%), 쇼피파이(4.75%), 로빈후드 마켓츠(4.19%) 등의 순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테슬라, 템퍼스AI, 쇼피파이 등의 비중은 늘렸고 팰런티어, 로쿠, 로빈후드의 비중은 줄였다.

ARKQ는 로봇과 자동화 기업, ARKW는 차세대 인터넷, ARXX는 우주항공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ETF다. 아크 인베스트는 대표 투자 펀드인 ARKK 이외에 10여 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14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아크 인베스트가 현재 투자하고 있는 종목, 새로 편입·편출한 종목들을 확인해보고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종목을 골라 투자할 수 있다.

파괴적 투자의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미국 기술주 투자의 큰손으로 불리는 아크 인베스트는 얼라인번스타인에 몸담고 있던 캐시 우드가 2014년 설립한 운용사다. 그는 기존 자산운용사들보다 좀 더 공격적인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투자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신기술 분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시 우드는 2014년 여름에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아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도인 그는 회사명도 '아크(Ark)'라고 직접 붙였다. 이는 구약성경 속에 나오는 방주를 뜻한다.

캐시 우드가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 대가로 떠오르게 된 것은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던 2020년부터였다. 2020년에만 1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그가 주장한 파괴적 혁신 투자 기법이 널리 알려졌다.

캐시 우드가 현재처럼 큰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2020년부터였다. ARKK가 2020년 152%라는 매우 높은 연중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대세로 떠올랐다. 당시 ARKK는 테슬라와 코로나19 당시 유행했던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TV 스트리밍 플랫폼인 로쿠 등에 집중 투자해 큰 수익을 올렸다.

캐시 우드의 투자 철학은 네 가지 포인트에서 정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에너지 저장, 유전체, 블록체인, 핀테크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테마들에 집중한다. 운용사에서 자체 연구기관을 두고 과학자, 컴퓨터 과학자 등을 활용해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투자자 및 일반에게 정보를 공유한다. 5년 이상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다. 고성장 테마 중심이기 때문에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을 추구한다.

전문가들은 캐시 우드의 이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가 높은 변동성이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ARKK는 2020년 152% 수익률을 기록한 이후 2021년에는 -24%, 2022년에는 -67%로 대규로 손실을 냈다. 2023년 67%를 기록했다가 지난해엔 다시 8.4%로 부진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아크 인베스트의 포트폴리오는 지금처럼 기술주가 강세일 때 참고할 수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손실이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한국경제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