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박보겸, 첫날부터 버디 8개 몰아치며 단독 선두

입력 2025-10-16 17:46
수정 2025-10-16 23:39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우승 상금 2억1600만원, 총상금 12억원)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막판 선수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 하는 대회다. 남은 네 개 대회 중 총상금 규모가 가장 큰 메이저급 대회이기 때문이다. 톱 랭커 선수는 대상, 상금왕 등 주요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앞서 나갈 기회다. 중하위권 선수에겐 내년 정규투어 시드권(상금랭킹 60위 이내) 확보를 위한 전쟁터다. 그래서 매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16일 경기 양주시 레이크우드CC 레이크(물길·꽃길)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도 그랬다. 아직 시즌 첫 우승을 신고하지 못한 강자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종일 리더보드 상단이 요동쳤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 2연패를 노리는 박보겸이 완벽한 샷감을 앞세워 7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가운데 올 시즌에만 3승을 올린 홍정민과 한진선이 1타 차로 바짝 추격했다.

작년 이 대회에서 생애 첫 72홀 대회 우승을 거둔 박보겸은 이날 버디 8개를 몰아쳤다. 여기에 보기는 1개로 막았다. 아이언 샷은 날카로웠고 퍼팅은 정확했다. 이날 박보겸이 기록한 7언더파 65타는 2015년 장하나와 최은우가 이 코스에서 열린 YTN·볼빅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기록한 코스레코드와 타이기록이다. 박보겸은 “작년 상상인·한경 와우넷 오픈 우승이 자신감과 확신을 심어줬기에 이번 타이틀 방어에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마음으로 나섰다”며 “준비한 것을 실수 없이 보여드린 경기였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개막전 우승 이후 다소 아쉬운 성적이 이어졌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며 “남은 사흘 동안 그것들을 잘 풀어내고 싶다”고 했다.

홍정민도 흠잡을 데 없는 경기력으로 시즌 네 번째 우승과 개인 타이틀 싹쓸이를 정조준했다. 지난주 K-FOOD놀부·화미마스터즈에서 시즌 3승째를 거두며 다승 공동 1위와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선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다승과 상금 단독 1위에 이어 대상까지 노릴 수 있다.

경기 내내 홍정민 특유의 날카로운 아이언샷과 정확한 퍼트가 빛을 발했다. 6번홀에선 티샷을 핀 30㎝에 붙이며 아깝게 홀인원을 놓치는 명장면도 만들어냈다. 11번홀(파4)과 15번 홀에서는 각각 7m, 4m가 넘는 퍼트를 잡아내 버디를 추가했다.

홍정민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한진선은 시즌 첫 승 기회를 잡았다. KLPGA투어 9년 차인 그는 2023년 8월 하이원리조트여자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거둔 뒤 2년2개월 동안 우승이 없다. 지난 6월 셀트리온퀸즈마스터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만들어가던 한진선은 지난달 KB금융스타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스프링클러에 발이 빠지는 불의의 사고를 겪었다. 부상으로 잠시 투어 활동을 중단했지만 복귀 이후 두 번째 대회인 이날 6언더파로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추격자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이동은 박혜준 강지선 황정미 김우정 임희정이 공동 2위 그룹을 한 타 차로 추격했다. 박혜준과 이동은은 올 시즌 다섯 번째 다승자의 자리를, 상금랭킹 72위 강지선, 76위 황정미, 60위 김우정은 모두 내년 풀시드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양주=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