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발판' 전락한 중앙부처…6·7급 공무원 퇴직, 8년새 52% 증가

입력 2025-10-16 18:15
수정 2025-10-17 01:15
중앙부처의 6~7급 공무원들이 속속 공직을 이탈하고 있다. 과거 ‘평생직장’으로 여겨지던 공직이 이제는 민간 이직을 위한 ‘경력 발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부 일반직 국가공무원 퇴직자(연구·전문직 등 제외) 6510명 중 6급이 2130명(32.7%), 7급이 1195명(18.4%)으로 집계됐다. 일선 실무를 맡는 6, 7급이 퇴직자의 절반 이상(51.1%)을 차지한 것이다. 2016년 각각 1279명, 902명에 불과하던 6, 7급 퇴직자는 8년 만에 52% 늘어났다.

중앙부처 6~7급 공무원은 예산 초안 작성부터 국회 요구자료 대응, 정보공개 청구 처리 및 보고서 배포까지 정책 실무 전반을 담당한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기관으로부터 사업 수요를 취합하고, 요구액이 많으면 1차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주무관의 역할이다. 관가는 이들 일선 공무원의 ‘퇴직 러시’가 중장기적으로 공무원 조직의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6~7급 퇴직이 증가하는 주요 이유는 중앙부처 인사 적체가 꼽힌다. 최근 들어선 5급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이 주요 보직을 맡을 수 있는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기까지 10년가량 걸린다. 6~7급 공무원은 평생을 일해도 부서 책임자인 국·과장이 되기 쉽지 않은 게 관가 현실이다. 하지만 주요 부처 출신이라는 경력을 활용하면 공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많은 민간 기업으로 재취업할 수 있다.

한 경제부처 주무관은 “아예 부처에 들어올 때부터 나갈 생각을 하고 오는 사람도 많다”며 “3~5년 내 ‘부처 경력’을 갖고 이직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직에 발을 들인 지 1년도 되지 않아 퇴직한 공무원 수는 2017년 731명에서 지난해 2418명으로 7년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비(非)행정고시’ 출신에게 적용되는 유리천장도 여전히 견고하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경제부처의 국·과장 출신 경로를 전수조사한 결과, 기획재정부는 전체 국장 35명 중 비고시 출신이 3명(8.5%)에 그쳤다. 이마저도 교수, 군인, 한국은행 파견 등 특수 경로를 통해 임용된 인사들로, 6~7급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산업통상부 국장 28명 중 비고시 출신은 2명, 농림축산식품부는 14명 중 1명에 그쳤다.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비고시 출신 국장이 한 명도 없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과장급 이상이 대부분 고시 출신이어서 행시 선배를 받들고, 후배를 챙기는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핵심 실무인력인 6~7급의 이탈은 정부 역량 약화를 초래한다”며 “연공서열형 인사를 성과주의로 바꾸고, 우수 인력은 승진과 성과 평가에서 우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