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진입·퇴출 자유로울 때 서비스업 발전…자본·노동 규제 풀어야"

입력 2025-10-16 18:26
수정 2025-10-17 01:12

“새로운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서비스산업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노동과 자본시장 규제가 너무 강합니다.”(전현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신성장 분야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과감한 투자를 추진해야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최재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올해 다산경제학상 수상자들은 1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한국의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인공지능(AI)산업을 육성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책을 수립해야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분법적 규제, 서비스업 발전 저해 한국경제신문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다산경제학상과 다산젊은경제학자상은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석학에게 수여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경제학상이다. 전 교수는 제44회 다산경제학상, 최 교수는 제14회 다산젊은경제학자상을 수상했다.

전 교수는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경제학 분야 석학으로, 기업의 진입과 성장, 자원 재배분, 퇴출에 이르는 ‘기업 동학(dynamics)’을 주로 연구했다. ‘창조적 파괴’ 이론을 정립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필리프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의 연구 주제와 비슷하다.

전 교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동학’이 다르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그는 “제조업은 삼성전자 등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성장을 이끄는 사례를 다수 확인할 수 있지만 서비스업은 그렇지 않다”며 “새로운 기업이 자유롭게 지속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 구조에서 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강자와 약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인 관점도 성장과 혁신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온라인 플랫폼이 확산했다”고 예를 들었다. 대형마트의 손실이 자영업자 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는 “배달 앱의 경우에도 플랫폼 사업자와 음식점 사이를 갑을관계로 보기보다 ‘플랫폼-음식점-라이더-소비자’에 이르는 전체 생태계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한국의 규제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노동과 자본시장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한국의 노동·자본시장은 유럽식 구조”라며 “1980년대까지는 유럽 모델이 경쟁력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정보기술 혁명 이후엔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고,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미국과 같은 방식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재·부품 수출 전략 세워야국제경제학 분야 실증 경제학자인 최 교수는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올해 저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은 투자를 미루거나 줄이고, 가계도 예비적 저축을 늘리고 있다”며 “그 결과 경기가 둔화하고 저성장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경기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2018년 미·중 갈등 당시보다 지금이 불확실성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이번 협상 이전부터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측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성공적인 대미 투자를 위해선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이 투자하기를 바라는 업종 중 반도체와 2차전지, 조선업 등은 숙련자가 필요한 산업”이라며 “대규모 투자 후 숙련자가 없으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부실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해 중간재, 부품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도 좋다는 사실을 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산업 종합적으로 육성해야두 수상자는 앞으로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산업으로 AI를 거론했다. 전 교수는 “AI를 통해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를 위한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AI 정책에 대해선 “제조업 AI 전환을 제외하면 나머지 산업의 AI 전략은 매우 파편적”이라며 “에어비앤비는 문화체육관광부, 배달 앱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인 상황에서 기업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AI 육성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가 세부적으로 개입하기보다 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