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이 크게 늘고 있지만 한국의 대외 구매력(실질실효환율)이 약화하고 있는 만큼 수출주·성장주 위주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은 1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에브리싱 랠리(모든 자산 가격 상승) 이면에 각국의 재정적자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화폐 구매력 의구심이 있다”며 “한국 대외 구매력도 떨어지고 있는 만큼 수출주·성장주 포트폴리오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자산을 가져야 화폐가치 희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세계 투자시장 화두”라며 “특히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낮은데 원화 약세와 재정적자, 통화 완화가 동반하는 다소 조용한 ‘디베이스먼트(debasement)’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표면상 물가가 안정돼 있어 원화 자산 보유에 따른 상각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대외 구매력은 계속 약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노 연구원은 “재정적자 구조가 발생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역시 증가세”라며 “명목보다 대외 실질 구매력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은 실물이 있는 기업의 지분에 투자하는 행위여서 원화 구매력 약화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며 “재정적자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해외 자산 구매력 약화는 반대 관점에서 수출주 실적에 우호적”이라고 했다.
노 연구원은 “업황이 좋은 반도체 등 수출주와 인공지능(AI) 관련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소프트웨어, 로봇처럼 해외 매출을 노릴 수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라고 부연했다.
▶디베이스먼트
Debasement. 주요 국가의 부채 증가로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