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로 돈 돌리기 그만…EB 공시 강화에 기업 '긴장'

입력 2025-10-16 15:22
수정 2025-10-16 15:25
앞으로 기업이 자사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할 때는 발행 이유와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등 주요 정보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환사채 공시 작성기준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2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EB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타사 주식을 기초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투자자가 만기 시 원리금 대신 해당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그동안 기업은 EB 발행 시 ‘자기주식 처분 결정’ 등 최소한의 내용만 공시하면 됐다. 기존 서식은 “투자 판단에 참고가 될 주요 사항은 가급적 자세히 기재한다”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앞으로는 △타 자금조달 방식 대신 EB를 선택한 이유 △발행 시점의 타당성 검토 △지배구조 및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재매각 계획 및 사전협약 내용 △주선기관 명칭 등을 반드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기업이 단순히 자금조달 수단으로 EB를 남발하지 않도록 공시항목을 세분화한 것이다.

금감원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최근 자사주를 담보로 EB를 발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자사주를 담보로 발행이 결정된 EB 규모는 1조4455억원(50건)으로 지난해 전체(9863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9월 한 달 동안만 39건(1조1891억원)이 몰리며 전체의 78%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EB 발행 급증이 주주환원 기대를 훼손하고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 EB 발행을 공시한 36개 기업 중 25개 기업의 주가는 다음날 하락했다.

금감원은 향후 공시 위반 기업에 대해 정정 명령, 과징금 부과, 담당 임원 제재 등 엄정 조치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이번 개정으로 교환사채 발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