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9시에 와서 대기 등록하기 위해 12시간을 여기서 기다렸어요"
"새벽 한 시부터 기다렸어요. 사고 싶은 굿즈가 있어서 밤을 새웠죠"
16일 오전 9시,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정문 앞. 새벽부터 몰려든 인파가 건물 외벽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초가을의 쌀쌀한 공기 속에서도 대기열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카카오페이지 인기 웹소설 '괴담에 떨어져도 출근해야 하는구나'(이하 '괴담출근')를 바탕으로 한 체험 전시 '어둠탐사기록: 살아남은 자의 기록전'과 굿즈샵을 찾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팬들이었다.
군산에서 올라온 20대 영양사 손모 씨는 "새벽에 도착해 돗자리와 의자를 펴고 이 앞에서 내내 기다렸다"며 "12층 체험형 전시는 이미 한 번 다녀왔고, 이번엔 굿즈 때문에 왔다. 원하는 상품을 사기 위해 밤을 새워 기다렸다"고 말했다.
잠실에서 온 30대 직장인 김모 씨도 "새벽 2시에 왔는데 이미 앞에 사람이 가득했다. 대기 번호가 39번이었다"며 "팝업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데, 웹소설을 처음 보고 공포물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온 20대 취업준비생도 "심야버스를 타고 친구와 함께 새벽 3시 50분쯤 도착했다"며 "원래는 전시만 볼 생각이었는데 굿즈도 사고 싶어졌다. 1차, 2차 MD 구성이 다르다고 해서 여러 번 오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된 현대 판타지 소설 '괴담출근' 팝업은 1층 굿즈존과 12층 전시관으로 나뉜다. 관람객은 주인공 김솔음의 시선으로 '괴담 세계' 속 사건을 따라가며 체험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현장 스태프는 "오픈 4주차 접어들고 있지만 평일에는 약 700명, 주말에는 1000~1200명까지 번호가 채워진다"며 "오픈런 줄이 전날 저녁부터 형성되는 등 역대급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 첫날부터 지금까지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오늘도 오전 10시까지 번호표를 나눠줬는데 받아 간 사람만 수백 명에 달했다"며 "웹소설의 인기를 현장에서 그대로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와 굿즈 스토어는 다음 달 2일까지 운영되며, 이미 모든 회차 예매가 매진된 상태다. 전시는 추가 입장이 불가능하지만 굿즈샵은 현장 대기 순서로 입장할 수 있다.◇"수십만 원 써도 아깝지 않아요"…팬들의 폭발적 소비 열기오전 10시 30분, 1층 MD 샵이 문을 열자 방문객들은 키링, 피규어, 아크릴 스탠드, 엽서 등 각종 상품을 빠르게 담기 시작했다.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는 방문객끼리 서로 MD를 교환하는 모습도 펼쳐졌다.
현장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품목은 랜덤 피규어(1만9000원), 미니어처 작두 세트(3만8000원), 아크릴 스탠드(2만2000원), 아크릴 키링(1만2000원) 등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1차 MD와 2차 MD 구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재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에서 온 20대 후반 직장인 김모 씨는 "오전 6시에 와서 줄을 섰는데 이미 수십 명이 있었다"며 "2차 MD가 풀렸다고 해서 왔다. 작가의 전작이 워낙 유명하고 '괴담출근'은 양산형 웹소설과 다르다. 소비를 줄이려 했지만, 오늘은 수십만 원은 그냥 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손모 씨는 "벌써 두 번째 방문이고 인형과 주인공이 쓰는 작두 세트를 샀다"며 "어젯밤 9시에 와서 대기 번호 12번을 받았다. 작가의 전작 팬덤이 이번에도 많이 따라온 것 같다"고 했다. 세 번째로 방문한 윤모 씨는 "처음 왔을 때는 사고 싶던 굿즈를 못 사서 다시 왔다. 오늘은 40만 원 정도 썼다. 새벽에 대기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5만 원 이상 구매 시 제공되는 특전 '이벤트 룰렛'을 담당한 직원은 "주말, 평일 가릴 것 없이 굿즈만 100만 원 넘게 결제한 손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하층에는 '괴담출근'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이즘 부스와 사원증을 만들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스토리, 전시, 굿즈가 결합된 복합형 콘텐츠 소비가 이번 팝업의 특징이다.◇2억 뷰 달성한 '괴담출근'…압도적인 독자 반응
'괴담출근'은 지난해 11월 카카오페이지에서 공개된 현대 판타지 소설로, 괴담 마니아 김솔음이 어느 날 '괴담 팝업스토어'에 들어갔다가 실제 괴담 세계관 속으로 떨어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일상과 초자연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한다"는 블랙코미디적 설정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누적 조회수 7억)을 집필한 백덕수 작가의 차기작으로, 사전 연재 기간 3000만 조회수를 넘겼고 7월에는 누적 2억 뷰를 돌파했다. 카카오페이지 현대·판타지 장르 중 최단기간 '밀리언페이지'에 오른 작품으로 평가된다.
전시는 이러한 스토리 구조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어둡고 음산한 조명 속에서 장면들을 재현한 공간은 "웹소설의 세계가 현실로 나온 듯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현장을 찾은 한 관람객은 "소설 속 김솔음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진짜 괴담 속 인물이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번 팝업에는 주인공 김솔음과 주요 캐릭터를 테마로 한 키링, 인형, 랜덤 피규어, 아크릴 스탠드 등 다양한 굿즈가 마련돼 있다"며 "이런 요소들이 팬들의 관심을 이끌며 현장을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웹소설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산업이 주목하는 핵심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스토리, 뮤직, 미디어 등 전 영역의 역량을 바탕으로 웹소설 기반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양질의 작품을 발굴해 2차 창작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