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민주당, 검은색 법복 파란색으로 물들이려 해"

입력 2025-10-16 09:29
수정 2025-10-16 09:30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대법원 현장 검증을 강행하고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에 대한 로그기록 등 확인을 시도한 데 대해 "법관의 검은색 법복을 파란색으로 물들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대법원 국정감사장에서 전대미문의 일을 벌였다. 갑자기 현장 검증을 선언하고 대법관 집무실을 침탈했다"며 "대법관들이 언제, 어떤 기록을, 얼마나 열람했는지 전산 접속 로그까지 요구했다. 더 가관인 것은, 민주당은 대법관 사무실이 75평이라며 공격하더니 막상 가보고는 '이해했다'며 스스로 면죄부를 내렸다. 북 치고 장구 치고, 뭐 하는 거냐"고 했다.

이 대표는 "법복이 검은색인 이유를 아나. 다른 색과 섞이지 않는 검은색은 어떠한 외부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관의 독립을 상징한다. 민주당은 그 검은 법복에 정당의 색깔로 물감을 끼얹으려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는 제복 군인이었던 박정훈 대령의 명예를 집요하고 저열한 방식으로 짓밟으며 권력을 가장 치졸하게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그보다 더 심하게 그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한 명의 제복 군인을 탄압했지만, 민주당은 사법부 전체를 무릎 꿇리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를 살릴 수 없으니 통계를 조작하려 했다"며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죄를 안 짓고 살 수 없으니 법원을 장악하려는 것인가. 민주당은 지금 대법관 정원을 14명에서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 대통령 재판을 임기 중 중지시키는 법안, 그리고 법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 왜곡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판사가 법과 양심이 아니라 국회의 눈치를 보게 되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대법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사법 체계 전체"라며 "역사는 2025년 10월 15일을 대한민국의 입법부가 사법부 판사실을 침탈하며 '우리 건드렸으니 각오해'라고 압박한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법관의 법복을 파란색으로 물들이려는 저들의 생각이 실현되는 날, 그날은 이재명 유신이 선포되는 날일 것이며, 저는 대통령의 공식 명칭을 총통으로 바꿔 부를 것"이라며 "1933년, 어느 나라에서 새로운 정당이 권력을 잡았다. 그 정당의 지도자는 판사들을 '노망난 자들'이라 비난했고, 자신들에게 충성하는 판사들로만 구성된 '인민법원'을 만들었다. 그 당은 나치당이었고, 그 사람은 아돌프 히틀러였다"고 했다.


앞서 전날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민의힘 위원들의 반발 가운데 대법원 현장 검증을 강행했다. 추미애 위원장과 민주당 위원들은 대법정, 소법정, 대법관실을 둘러보고 국감장으로 복귀했다. 당초 대법원장실과 서버실도 현장 검증해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에 대한 로그기록 등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의원은 현장 검증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대법관 수가 증원될 경우 대법원을 증축해야 할지, 이전해야 할지 또는 사무실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확인해야 입법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대법원 측의 안내로 원활하게 잘 진행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은 '사법부 겁박'이라고 반발하며 국감 파행을 선언했다. 나경원 의원은 "오늘 검증은 불법이란 것을 이야기하고 검증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검증을 강행했다"며 "한마디로 법원을 압박하면서 대법정, 소법정을 휘젓고 다녔다. 이것은 법원을 점령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