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의 안드니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Z세대가 주도한 반정부 시위에 밀려 해외로 피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야당 대표 시테니 란드리아나솔로니아이코는 “군이 이탈해 시위대에 합류한 뒤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12일 마다가스카르를 떠났다”며 “대통령실 직원에게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페이스북에서 원격 대국민 연설을 열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행방을 밝히지 않은 채 “마다가스카르가 파괴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연설 후 시위대의 사임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날 설명에서 오후 7시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으나 두 차례 연기 끝에 페이스북에 녹화 영상을 게재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실 페이스북 계정에 성명을 내고 의회 즉시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의회가 대통령 탄핵 절차를 논의하던 시점에 발표된 조치였다. AP 통신은 “탄핵 절차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정치 위기가 더욱 심화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방송 RFI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협상을 마친 뒤 12일 프랑스 군용기를 타고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떠나 두바이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이 나라를 떠나게 된 배경에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다. 지난달 25일 물과 전력 부족 사태를 계기로 Z세대 중심 전국 시위가 시작됐고, 이는 부패와 무능, 기본 서비스 부족에 대한 시위로 확대됐다. 유엔에 따르면 시위대와 보안군 간의 충돌로 최소 22명이 사망했다.
지난 11일에는 수도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정예부대 캡사트(CAPSAT)가 시위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시위대에 합류한 이 부대는 안타나나리보의 중앙 광장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를 호위했다. 이후 육군을 장악한 뒤 새로운 참모총장을 임명을 발표했다.
13일에는 수도 안타나나리보 광장에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다. 호텔 종업원 아드리아나리보니 파노메간초아(22)는 로이터통신에 “16년 동안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들이 가난하게 지내는 동안 자신들만 부유해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젊은이들, 즉 Z세대가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마다가스카르는 인구 약 3,000만 명 중 중위 연령이 20세 미만으로, 4분의 3이 빈곤층에 속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인당 GDP는 1960년 프랑스 독립 이후 2020년까지 45% 급감했다.
마다가스카르의 Z세대 시위는 최근 네팔, 모로코 등에서 발생한 흐름과 유사하다. 지난달 네팔에서는 ‘Z세대 시위’로 KP 사르마 올리 정권이 붕괴하며 총리가 사임했다. 로이터통신은 “마다가스카르 사태는 젊은 세대가 정부를 전복한 두 번째 사례”라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