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모친 장연미 씨가 MBC와 합의문 사인 후 눈물을 보였다.
장씨는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고(故) 오요안나 기자회견에서 "단식 28일 만에 교섭이 합의에 이르렀다. 함께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곡기를 끊은 28일은 꿈같고, 합의문에 사인하기 위해 MBC에 온 것도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이번 회견은 MBC와 유족 측의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회견에는 안형준 MBC 사장과 유족이 참석했다.
장씨는 "우리 요안나는 MBC를 다니고 싶어 했고, 열심히 방송하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날 제 삶의 이유는 무너졌다"며 "그동안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MBC에 분노가 있었고, 그러다 뒤늦게 딸이 남긴 흔적을 보며 무슨 이유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알게 됐지만 뭘 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눈물을 보였다.
더불어 "단식 농성을 시작했을 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곡기를 끊었다"며 "피켓에 적힌 요구들, 기상캐스터 처우 문제를 요구했는데, 이걸 보고 '왜 이걸 요구하냐'고 한 분도 있었다. 이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이유로 고통 속에 힘들게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 역시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기상캐스터 정규직을 요구한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불이익을 막을 장치를 마련했다"며 "회사에서 약속한 재발 방지 대책은 무겁고,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엄청나다는 걸 알고 있다"며 "딸의 죽음으로 나온 약속이 알맹이가 없이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관심을 촉구했다.
오요안나는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했지만 지난해 9월 사망했다. 유족은 올해 초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동료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원고지 17장(약 2750자)의 분량의 유서를 발견 후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19일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요안나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프리랜서라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MBC는 해당 조사 결과에 따라 유족들이 괴롭힘 주모자로 꼽은 A씨와 계약을 해지했다. 괴롭힘 의혹에 거론된 다른 기상캐스터들과는 재계약했지만, 올해 연말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기상캐스터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오요안나의 어머니는 1주기를 즈음해 MBC에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고인의 명예 회복 등을 요구하며 회사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였다. 농성 27일 만인 지난 5일 사측과 합의하며 농성을 마무리했고, MBC는 유족 측과 함께 고인에 대한 사과와 명예 사원증 수여, 재발방지책 등의 내용을 담은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