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남부 다싱국제수소에너지시범구. 이곳에 있는 세계 최대 수소 충전소인 하이포얼 수소 충전소에는 수시로 트럭들이 드나들었다. 내연기관 차량이 주유소에서 주유하듯 수소 차량들이 하이포얼 수소 충전소에 들어와 3~5분 정도 충전을 하고 떠났다.
5분 가량 충전을 하고 떠나는 대형 냉장 트럭을 보면서 하이포얼 수소 충전소 관계자는 “차량 크기에 따라 충전 시간이 달라지지만 통상 3~5분 정도만 충전을 해도 400㎞ 가까이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포얼 수소 충전소 면적은 6670㎡로 축구장(7140㎡)을 방불케 했다. 2021년 건설을 마치고 정식 운영 중인데 총 8대의 수소 충전기에 2개씩 충전 설비가 갖춰져 있다. 동시에 차량 16대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하루 최대 4.8톤(t)의 수소 공급으로 수소 전기차 800대 분량의 충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면적만이 아니라 하루 수소 충전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 충전소이기도 하다.
수소 경제, 중점 미래 산업으로 추진중국 정부는 일찌감치 수소 패권 장악에 공을 들였다. 수소 에너지를 미래 6대 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수소 차량 보급에 속도를 냈다.
중국 베이징시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오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수소 산업 발전은 중국의 광범위한 에너지 전략과 부합하는 데다 수소 에너지가 미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관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베이징엔 14개의 수소 충전소가 운영 중이다. 중국 전역으로 보면 수소 충전소 수는 500여개다.
미국(약 200개)이나 한국(약 300개)을 넘어서고 있다. 수소 차량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2015년만 해도 10대에 그쳤는데, 올 들어선 수소를 연료로 해서 주행하는 차량이 3만대를 웃돌고 있다. 대형 버스를 비롯한 상용차 수소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50년엔 전역에 수소 충전소 1만2000개를 설치하고, 수소 차량은 3000만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수소 에너지의 비중을 18%까지 높이고 수소 경제 규모를 2조5000억달러까지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2020년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 발전 계획을 세우고 수소 에너지와 수소 차량을 핵심 축으로 삼았다. 베이징·상하이·광둥 포산시·허난성·허베이성의 5대 도시 클러스터를 수소 시범구로 지정했다.
클러스터마다 광범위한 지원 정책을 도입하고 수소 가격도 일정 수준 밑으로 유지되도록 했다. 수소 에너지 관련 기업과 핵심 인재도 클러스터에 모았다.
다싱국제수소에너지시범구만 봐도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인큐베이터, 수소 관련 기업의 사무실과 공장, 공공 검사 실험실 등이 집중돼 있다. 2022년엔 수소 에너지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생산, 저장·운송, 운용으로 이어지는 수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양자 과학·기술과 함께 수소 배터리 기술을 국가 차원의 첨단기술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수소 경제 우위 발 빠르게 노려이렇게 중국이 수소 경제에 집중하고 있는 건 수소가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활용이 가능하고, 탄소 배출이 제로(0)라는 장점 때문이다.
정부 주도의 산업 육성 정책으로 전기차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중국은 수소 경제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상용차, 버스, 특수 차량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중앙정부 뿐 아니라 중국 전역의 지방정부들도 수소 연료 전지 차량 확산, 수소 충전소 건설, 대형 트럭 교체 등을 위한 보조금 지급을 내걸고 수소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 최초 수소 연료 전지 상용차 스타트업 하이봇테크놀로지에 방문해보니 이같은 중국 정부의 청사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이봇테크놀로지는 현재 수소 트럭 H49를 개발 중인데, 내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 설립됐지만 2년 만인 2023년 말 49t 수소 트럭을 공개했다.
하이봇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코카콜라·이케아 등과 협업해 고온과 극한의 환경 테스트를 마쳤다”며 “수소 연료 소비량이 100㎞당 7.8㎏ 미만으로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중국 한 벤처캐피털 임원은 "중국 정부는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견인한 경험을 그대로 수소 산업에도 적용하고 있다"며 "기술·표준·생산능력을 미리 장악해 글로벌 수소 패권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과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실증 프로젝트로 시장 자체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라며 "시장을 조성하고 인프라를 구축한 뒤 기술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