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소송 패소로 9년간 6000억 과징금 돌려줬다

입력 2025-10-15 09:47
수정 2025-10-15 09:57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부과했던 과징금을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해 대규모 환급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징금 징수 실적마저 저조해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 8월까지 9년간 공정위가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은 총 6247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환급 사유의 대부분이 행정소송 패소(70.9%)와 직권 취소(22.2%) 때문이었다는 점이다. 행정소송 패소는 법원이 공정위 처분을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해 취소한 경우고, 직권취소는 공정위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처분을 감면한 경우다.

단순 환급에 그치지 않고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까지 발생했는데, 지금까지 지급된 금액만 474억원에 달했다. 환급가산금을 비롯한 모든 소송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했다.

과징금 징수 실적 역시 부진하다. 지난해 징수결정액 7351억원 가운데 실제 수납액은 1696억원으로 수납률이 23.1%에 그쳤다. 이는 2017년 89.1%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현재까지 누적된 미수납액은 5933억원이며, 이중 5년 이상 회수되지 않은 악성 체납액도 299억원에 이른다.

허영 의원은 “무리한 법 집행으로 소송에서 패소하면 모든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부과한 과징금마저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이 지금 공정위의 현실”이라며 “공정위는 2026년 대규모 인력 증원을 계획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전문성 강화 없이는 조직만 비대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