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주와 해운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해운 분야에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된 불똥이 튀면서다. 중국이 제재의 칼날을 직접적으로 겨눈 조선주 주가는 무너졌고, 해양 분야에서의 갈등을 해상운임 인상의 구실로 삼을 수 있는 해운주 주가는 상승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한화오션은 5.76% 하락한 10만3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96% 빠진 9만9600원으로 10만원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다섯 곳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반외국제재법을 근거로 ‘국가 반외국제재 업무조정 메커니즘’의 승인을 거쳐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반제재 조치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한화해운, 한화필라델피아조선소(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해운홀딩스, HS USA홀딩스 등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중국 회사와 개인은 제재 대상과 관련된 거래, 협력 등의 활동이 금지된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의 해사·물류·조선업에 대해 301조 조사를 실시하고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한화오션의 미국 관련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에 협조·지원해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고 부연했다.
미국은 지난 4월 발표한 무역법 301조 조사의 최종 조치를 적용해 중국 회사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과 중국 국적의 선박에 대해 항만 서비스 요금을 14일(현지시간)부터 부과했다.
한국과 미국의 조선 분야 협력인 ‘마스가(MASGA·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미·중 갈등의 직접적 대상이 되면서 한화오션 이외 조선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일 HD현대중공업은 4.06%, HD한국조선해양은 2.86%, 삼성중공업은 4.72%, HD현대미포는 2.97%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중국의 이번 제재 조치가 마스가 프로젝트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의 제재가 조선사에 악재가 되는 이유는 선박을 만드는 후판(두꼐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공급 차질 가능성이지만,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화 필리조선소가 수주한 10척의 석유화학운반선(PC)은 미국의 선박법이 적용돼 중국에서 후판을 매입하지 않고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서 매입한 후판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이 제재 대상을 한국에 있는 조선소로까지 확대하면 악재가 된다. 이지니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은 매입하는 후판의 20~30%는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제재 조치가 미국 해군과 협력 중인 국내·일본 조선소로까지 확대되면 국내 조선소들의 상선 수주 활동에 잠재적인 악재”라며 “한국산 선박 발주에 대한 글로벌 선주사들의 우려가 확대될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해양 분야로까지 번진 게 조선주 주가를 짓누른 것과 반대로, 해운주들 주가는 들썩였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될 때마다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테마주 성격의 흥아해운은 전일 8.63% 급등했다. 장중엔 오름폭이 23.91%까지 커지기도 했다. 팬오션(5.07%), HMM(1.75%), 대한해운(1.37%) 등도 강세였다. 해양에서의 국제적 갈등 고조는 해운사들에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해상운임 인상의 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혁 연구원은 “(미·중 해양 갈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 우려가 형성됨에 따라 글로벌 해운업종의 수혜 가능성이 대두됐다”며 “대부분의 선박이 미국과 중국 항만의 입항 수수료로 인한 비용 부담을 안게 돼 해상 운임이 상승할 가능성이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큰 맥락에서 해상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선복(화물을 실을 선박 내 공간)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컨테이너 해운 업종에 대해서는 ‘트레이딩’(단기 매매) 중심의 접근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