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돈받고 우릴 갱단에 넘겨"…옷으로 밧줄 만들어 탈출

입력 2025-10-15 18:07
수정 2025-10-16 01:48

“캄보디아 경찰이 정말 돈을 받고 저희를 팔아넘길 줄은 몰랐습니다. 수차례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어요.” 지난 5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체포돼 구금됐던 김모씨(45)는 이같이 말했다.

김씨를 포함한 한국인 15명은 5월 캄보디아의 한 범죄단지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불과 보름 만에 다른 범죄 조직이 경찰에 뒷돈을 주고 이들을 유치장에서 데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부는 옷가지로 만든 밧줄을 타고 탈출을 감행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15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5월 16일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체포된 40대 조모씨와 김모씨가 각각 7월 16일, 9월 17일 자진 귀국했다. 경찰은 이들을 사기 등 혐의로 국내에서 검거해 검찰에 넘겼다. 이들이 속했던 조직은 군부대, 교도소 등 공공기관을 사칭해 자영업자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대리구매 사기’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인 피의자들이 현지 경찰의 협조를 받아 해외에서 체포되면 곧바로 국내로 압송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경찰청은 체포 당시 “전원 국내로 송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캄보디아 당국이 이들을 풀어주며 무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 이후 강제 송환을 추진하려 했지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귀국한 김씨는 자신이 현지 경찰에 의해 다른 조직으로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카지노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5월 캄보디아에 입국한 김씨는 시아누크빌 범죄단지에 감금돼 피싱 범행에 동원됐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을 때 귀국 의사를 밝혔지만 약 2주 만에 다른 범죄 조직에 넘겨졌다.

김씨는 “경찰은 우리에게 ‘1인당 2만달러를 구하면 내보내 줄 테니 돈을 구해오라’라고 했다”며 “그러다 어느 날 ‘돈이 다 지불됐으니 짐을 싸라’고 하더니 우리를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겼다”고 했다. 또 다른 조직이 현지 경찰에게 뒷돈을 주고 한국인들을 ‘강제 스카우트’한 셈이다.

결국 이들은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 있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계속 범행에 가담해야 했다. 더 이상 이런 생활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던 김씨는 7월 28일 다른 조직원 4명과 함께 탈출을 시도했다. 이들은 옷가지를 엮어 만든 밧줄을 타고 창문을 통해 지상에 내려왔고, 미리 대기시켜 둔 택시를 타고 호텔을 떠났다. 김씨 등 2명은 탈출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3명은 콜센터를 지키던 무장 경비에게 붙잡혔다. 이들 3명은 이후 김씨와 연락이 끊겼으며,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