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후 원화 가치가 주요국 중 가장 큰 폭으로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과 유럽 재정 불안 등 글로벌 리스크가 부각하며 위험자산인 원화의 가치가 크게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원화 가치는 지난 8월 말 이후 2.5% 절하됐다. 원·달러 환율이 1390원10전에서 1425원80전(13일 기준)으로 올라 그만큼 원화 가치는 하락했다. 이는 한은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14개국 통화 중 두 번째로 크게 절하된 것이다. 가장 크게 가치가 하락한 건 엔화였다. 일본 새 내각의 통화 완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 기간 엔화 가치는 3.5% 절하됐다.
유로화는 프랑스에서 예산안과 관련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1.1% 절하됐고 영국 파운드화는 1.3% 가치가 내렸다. 신흥국 통화 중에선 기준금리를 인하한 튀르키예 리라화(-1.6%)의 약세 폭이 컸다. 반면 미국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약세의 영향을 반영해 1.5% 절상됐고, 멕시코 페소화(1.0%), 러시아 루블화(0.4%),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2.0%) 등도 통화 가치가 상승했다.
다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이 9원70전 내린 1421원3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쳐 원화 약세 폭은 다소 축소됐다. 이날 주간 종가를 기준으로 8월 말 대비 원화 가치 절하율은 -2.2%로 계산된다.
9월 중 원화 변동성은 크게 축소됐다. 지난달 일일 변동폭은 3원90전으로 8월 5원80전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변동률도 같은 기간 0.42%에서 0.28%로 낮아졌다. 지난달 국내 주식·채권 시장에 외국인 투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 자금이 43억4000만달러, 채권 자금은 47억8000만달러 순유입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