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세가 마포·성동·광진구 등 한강벨트를 거쳐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이 보이면서다. 오늘(16일)부터 서울·수도권에서 15억원 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확 쪼그라든다. 차주별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유주택자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는 등 총량 규제도 강화했다. 주담대 수요를 틀어막아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주담대 한도 최대 14.7% 감소
15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출수요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수도권 부동산 상승세가 지속되는 등 주택시장 과열 신호가 켜졌다”며 “대출 수요가 주택 시장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로 고가 주택의 주담대 한도가 대폭 줄어든다. 6·27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시 집값에 상관없이 모든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번 대책에선 15억원 초과 25억원 이하 주택은 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더 줄어든다.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축소된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6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재건축·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받는 이주비 대출도 집값에 상관없이 그대로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번 규제는 16일부터 바로 시행된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최근 서울 집값 분포와 지역별 상승 속도, 주담대 활용 정도 등을 따져 기준선을 정했다”며 “15억원 이하 주택은 서민과 중산층의 수요를 고려해 대출 한도를 현행대로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DSR 규제도 강화해 차주의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 역시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위험을 반영해 DSR 산정 시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가산금리 수준이 높아질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번 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의 스트레스 금리는 기존 1.5%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상향된다.
이에 따른 주담대 한도는 기존보다 최대 14.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는 스트레스 금리 1.5%포인트 가산 시 주담대를 최대 2억9400만원(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연 4.0%·변동형 금리 기준)까지 받는 게 가능했다. 스트레스 금리가 3%포인트로 올라가면 대출 한도는 2억5100만원으로 4300만원 줄어든다. 연 소득 1억원인 차주는 한도가 5억8700만원에서 5억100만원으로 8600만원 감소한다. ◇“전세대출 DSR 적용 확대 검토”전세대출에도 처음으로 DSR이 적용된다. 1주택자가 서울·수도권에서 전세대출을 받으면 이자 상환분이 DSR에 반영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유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2억원의 전세대출(금리 연 3.7% 가정)을 받으면 DSR이 14.8%포인트 상승한다.
이번 대책에서 무주택자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은 DSR 적용 범위에서 제외됐으나 점차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무주택 서민 등이 피해를 볼 수 있어 1주택자 전세대출만 DSR을 우선 적용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적용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더 강력한 대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신 국장은 “이번 대책은 상당히 강력하고 시장 안정에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대출로 인한 주택시장 과열 신호가 감지되면 지체 없이 강화한 규제를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강력하고 촘촘한 규제”라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둔화한 상태에서 나온 대책이여서 은행권 대출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연수/정의진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