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겨냥 '강경 vs 유화' 메시지…'오락가락' 트럼프 속내는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5-10-15 16:20
수정 2025-10-15 16:3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사지 않는 것이 ‘경제적 적대행위’라면서 중국에서 식용유를 더 이상 사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우리의 대두를 사지 않고 우리의 대두 농가에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믿는다”면서 “이에 대한 보복으로서 중국과 식용유 거래를 중단하고 다른 무역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쉽게 식용유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 중국에서 살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 정책에 100% 대중 추가관세를 예고했다가 “중국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화해 모드로 돌아섰던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이틀 만에 다시 강공을 취한 셈이다. 이 발언의 여파로 미중 갈등이 지속될 우려가 커지면서 S&P500지수(-0.16%) 및 나스닥지수(-0.76%)는 이날 하락 마감했다.

미국은 중국에서 폐식용유를 사와 바이오디젤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산 폐식용유 127만t을 수입했다. 전년 대비 52% 늘어난 수치다. 중국 폐식용유 전체 수출 물량의 43%를 미국이 샀다. 미국 대두협회 등 농민단체들은 바이오디젤용 연료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대두 농가의 잠재 수요를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예정시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겨냥한 유화적인 메시지와 국내 정치용 강경한 메시지를 섞어서 쏟아내고 있다. 이날도 백악관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만난 후에는 “우리는 중국을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중국이 우리는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중국과 공정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미중 관계가)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괜찮아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많은 타격을 주고받았으며, 매우 성공적이었다”고도 주장했다.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는 배경에는 정상회담 성사 의지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더 우세하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고위 관계자들이 전날 회동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을 위해) 따로 시간을 빼 두었다고 전했다. 또 자신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미중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중국 측도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홈페이지에서 “싸우려면 끝까지 할 것이고, 대화하려면 대문은 활짝 열려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은 광범한 공동 이익과 광활한 협력 공간을 갖고 있고, 양국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