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다이닝 대신 '캐주얼 럭셔리'… 2026 미식 트렌드는?

입력 2025-10-15 18:55
수정 2025-10-15 18:56


격식 있는 파인다이닝 대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럭셔리'가 미식 트렌드로 떠오른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식문화 보고서 '식문화의 미래 2026'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보고서는 아태 지역 20개 도시 내 270개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호텔의 F&B팀 설문 조사, 셰프·믹솔로지스트 등 업계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미식 트렌드와 소비자 취향을 심층 분석했다.

보고서는 식문화의 미래를 이끄는 주요 트렌드로 '편안한 럭셔리'를 꼽았다. 지나치게 격식 있는 파인다이닝보다는 편안함과 세련미가 공존하는 '파인 캐주얼(Fine-Casual)'이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캐비아를 곁들인 프라이드치킨처럼 익숙한 메뉴에 창의적 감각을 더하는 식이다. 실제로 아태 지역 메리어트 호텔의 59%는 "고객들이 격식 있는 정찬보다 캐주얼한 다이닝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파인 다이닝에서 벗어나 ‘캐주얼 럭셔리’로 이동하는 미식 트렌드를 비롯해, 편안함을 중심으로 한 메뉴 구성, 몰입형 다이닝 경험, 로컬 식재료와 풍미에 대한 재조명 등 아시아 전역에서 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주요 흐름을 다뤘다.

또, 미식가들은 맛을 넘어 스토리텔링과 엔터테인먼트, 공간 디자인이 어우러진 경험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맛에 집중하는 '다크 다이닝' '먹을 수 있는 예술' 등은 이러한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응답자의 48%는 "전년보다 인터랙티브 다이닝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고 밝혔다.

지역 고유의 식재료를 활용해 정체성을 담아내고, 레스토랑 운영에 AI를 활용하는 것도 눈에 띄는 움직임이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호텔의 76%는 예약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75%는 소셜 미디어가 고객의 레스토랑 및 바 예약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최근 미식 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른 지역과 셰프들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중국 본토는 다채롭고 독창적인 식문화를 바탕으로 아시아 미식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수련한 3세대 셰프들은 전통과 혁신을 조합한 감각으로 미식 신의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끌었다. 아태 지역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고객들은 스타 셰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유명 셰프 콘셉트 또는 협업 레스토랑을 즐기는 다이닝 고객은 46%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균 31%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SNS에 포스팅하기 좋은 '인스타그래머블'한 메뉴에 대한 요구도 높았다. 다이닝 이용 고객의 92%는 포스팅하기 좋은 비주얼을 기준으로 메뉴를 선택한다고 답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건강한 식사' 미식 문화의 핵심적인 키워드로 떠올랐다. 고객의 62%가 저 알코올 또는 무알코올 음료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아태 지역 평균인 2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또, 다이닝 이용 고객의 77%는 채식 옵션을, 69%는 글루텐 프리 요리를 요청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피터 라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아시아 태평양(중화권 제외) F&B 부문 부사장은 “이번 보고서는 아태 지역이 어떻게 글로벌 미식의 방향성을 이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식사는 단순히 음식을 즐기는 행위가 아니라, 오감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보고서는 업계의 흐름에 발맞춰 문화적 맥락과 지역의 감성을 반영한 다이닝 경험을 지속해서 선보이려는 메리어트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