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과 관련해 “일본처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 것은 최근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1990년대 초 버블(거품) 붕괴 직전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수준과 기업 대출 중 부동산업 비중 증가세가 특히 일본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민간신용 비율은 200.7%로 200%를 넘었다. 2018년 177.2%에서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일본의 민간신용 비율이 1985년 162%에서 버블 붕괴 직전인 1990년 208%로 급등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기업 대출이 부동산 기업에 몰리며 대출의 질이 나빠지는 것도 비슷한 점으로 꼽힌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기업 대출 중 건설·부동산업 대출 비중은 28.8%로 10년 전(20.5%)보다 크게 상승했다. 반면 성장 기여도가 높은 제조업 대출은 같은 기간 34.6%에서 24.9%로 하락했다.
일본에서도 제조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970년대 500%대에서 1980년대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부동산 기업의 부채비율은 1980년대 이후 1000%에서 1500%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
소비자의 심리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버블 당시 일본에서는 ‘토지불패신화’라는 말이 유행했다. 현재 한국에서도 ‘부동산 불패’를 향한 믿음이 견고하다. 정부가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급락한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8월과 9월 두 달 연속 상승했다.
달라진 것은 부동산 규제 수단과 금융당국의 의지다. 최근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쓴 장태윤 한은 과장은 “일본 버블 붕괴 당시엔 금융 안정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었다”며 “일본은 플라자합의로 ‘엔고 불황’ 우려가 커지자 금리를 빠르게 내렸는데 이런 완화적 금융 여건이 신용 팽창과 자산가격 상승을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은은 0%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금융 안정’을 우려하며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했다. 주택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도 다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가계부채가 붕괴될 위험은 상당히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강진규/정영효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