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가 전체 법인세 80% 낸다…절반은 '면세 기업'

입력 2025-10-14 15:06
수정 2025-10-14 15:36


국내 법인 상위 1%가 전체 법인세 세수의 80% 이상을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기업은 절반이 넘었고, 매출이나 이익이 ‘0원’인 ‘깡통 기업’도 100개 중 3개꼴이었다.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금액 기준 상위 0.1% 법인(1058곳)이 부담한 법인세는 34조491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부담한 법인세는 총 법인세 수입(58조1649억원)의 33.1%다. 범위를 넓혀보면 상위 1% 법인(1만584곳)은 전체 법인세 세수의 81.8%(47조6042억원)를, 상위 10% 법인(10만5849억원)은 96.1%(55조8912억원)를 냈다.

사실상 기업 10곳 중 1곳이 전체 법인세를 부담하는 가운데 아예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 기업’ 비중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105만8498개 법인 중 면세 법인은 57만1293개로 집계됐다. 법인의 과반(54%)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다. 면세 법인 비중은 2017년 46%에서 7년 연속 증가했다. 이들 법인은 적자 기업이거나, 순이익보다 공제·감면액이 크기 때문에 세 부담이 없었다.

매출과 이익이 전무한 ‘깡통 법인’도 급증하고 있다. 수입금액(매출)과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이익)이 전무한 영리법인은 2015년 1만69개에서 지난해 2만8737개로 9년 새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영리법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2.8%로 높아졌다.

최 의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소수의 대기업이 법인세 수입 대부분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법인세율 인상 방침을 고수한다면, 한국 경제에 돈을 벌어다 주는 기업에 오히려 짐을 지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