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21)이 두달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둔 이후 그라모폰상, 디아파종 황금상 등 세계적인 음반상을 휩쓸고 있는 그가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다.
임윤찬은 지난 8월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보스턴에서 생활 중인데, 한국이 그립지는 않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임윤찬은 “한국에서 공부한 마지막 시기는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웠다”며 “마치 지옥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공연을 위해서만 잠깐씩 한국에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임윤찬은 “한국은 좁고 인구수가 많아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모두가 최고가 되기 위해 안달이 나 있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17살 무렵 제가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치인이나 사업가들로부터 부적절한 시기와 압박을 받았다”며 “그런 상황들이 저를 슬픔에 빠뜨렸다”고 했다.
다만 201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부터 사제의 인연을 맺은 피아니스트 손민수에 대해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임윤찬은 “손 선생님은 제 길잡이이자 구원자”라고 말했다.
현재 손민수가 교수로 몸담고 있는 미국 보스턴 명문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공부 중인 그는 “어떤 음악가들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여러 스승에게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라흐마니노프, 부조니, 호로비츠, 키신 같은 피아니스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한 명의 멘토와 깊은 유대감을 유지했고, 그 기반 위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성장시켜 나갔다”고 설명했다.
임윤찬은 현재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다. 2019년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만 15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엔 세계적 클래식 음반 시상식인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에 올랐다.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발매한 첫 앨범 ‘쇼팽: 에튀드’로 피아노 부문을 수상했고, 특별상인 ‘올해의 젊은 예술가’ 부문도 차지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그라모폰상을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