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생존기간 4년 넘어서…표적·화학 항암제 '병용전략' 환자 선택권 넓혔다"

입력 2025-10-14 15:37
수정 2025-10-14 15:38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4년을 넘어섰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표적항암제와 화학항암제를 함께 쓰는 ‘병용 전략’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넓힌 것이다. 학계에서는 아직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정답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넓혔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달 6~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공개된 ‘플라우라2’(FLAURA2) 임상 3상 결과가 그 주인공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블록버스터 표적항암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에 화학항암제(펨메트렉시드·백금제제)를 병용해, 다른 치료를 받지 않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했다.

결과는 눈에 띄었다.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OS)이 47.5개월, 약 4년에 달한 것이다. 타그리소 단독군과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을 23% 낮췄고,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했다.(p=0.0202) 이번 임상결과가 의료 현장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을지 파시 안느 하버드대 의대 교수(사진)에게 물었다. ◇ “환자 맞춤형 선택 폭 넓어져”안느 교수는 비소세포폐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EGFR 변이 발견을 주도한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병용치료가 모든 환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 전략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생존기간 데이터는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해야 할 핵심 요소”라며 “부작용과 경제적 여건 등을 고려해 환자와 함께 최적의 전략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느 교수는 특히 병용 전략이 우선 고려돼야 할 환자군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그는 “뇌 전이 환자는 병용요법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며 “대표 난치성 변이인 L858R 변이를 보유했거나 종양 크기가 큰 환자도 확실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엑손19 결손 변이 환자처럼 단독치료에도 잘 반응하는 경우, 전이 범위가 제한적이거나 고령·내약성이 떨어지는 환자에게는 단독요법이 여전히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 생존기간, 환자가 이해하는 가장 직관적 지표폐암 환자가 치료법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이 치료를 받고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재발까지 걸린 기간을 보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이나 약물 반응률(ORR) 같은 전문 지표는 의학 지식이 없는 환자에겐 다소 추상적이다. 반면 생존기간(OS) 은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치다.

안느 교수는 “환자마다 치료 목표는 다르다. 어떤 환자는 생존 기간 자체를 최우선으로 두지만, 또 다른 환자는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이고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을 중시한다”며 맞춤형 접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남은 과제는 폐암 완치표적항암제의 시대가 열리고 생존기간이 길어졌지만, 폐암은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암종으로 꼽힌다. 안느 교수는 “아직 누구도 폐암을 완치하지 못했다”며 “잔존 암세포 억제와 내성지연이 다음 과제”라고 강조했다. 초기 병용 전략으로 더 깊은 반응을 만들고, 치료 이후에도 잔존 암세포를 감시·제거하는 것이 장기 생존을 넘은 ‘완치’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다양한 병용 조합과 후속 임상이 진행 중이며, 그 축은 당분간 오시머티닙을 ‘백본(backbone)’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환자 선별을 위한 바이오마커가 마련되면 ‘누구에게 어떤 병용이 최선인가’에 대한 답도 훨씬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