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해지한 줄 알았던 적금, 소액이라 신경 쓰지 않았던 카드 포인트, 가입 사실조차 잊은 보험금….
이렇게 쌓인 ‘숨은 금융자산’이 18조원을 넘는다. 장기간 거래가 끊긴 예·적금과 미수 보험금, 투자자예탁금, 카드 포인트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그중에는 10년 가까이 거래가 끊긴 계좌도 있고, 만기가 지났지만 청구되지 않은 보험금도 적지 않다. 대부분은 금액이 크지 않아 ‘언젠가 찾겠지’ 하고 방치되거나, 계좌 존재 자체를 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돈은 ‘없어진 돈’이 아니다. 금융회사가 소비자를 대신해 잠시 보관 중일 뿐 본인 확인만 하면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다. 심지어 본인이 사망했더라도 가족이 상속 절차를 거쳐 찾을 수 있다.◇ 환급률 1위는 어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숨은 금융자산(6월 말 기준 )은 총 18조4482억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16조3000억원, 2023년 18조원에 이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숨은 금융자산은 금융소비자가 장기간 잊고 찾아가지 않은 예·적금, 보험금, 투자자예탁금, 신탁, 카드 포인트 등을 일컫는다. 숨은 금융자산 가운데 장기 미거래 금융자산이 14조137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장기 미거래 금융자산은 3년 이상 입·출금 거래내역이 없는 예·적금, 보험금, 신탁을 뜻한다. 휴면 금융자산은 1조4047억원이다. 미사용 카드 포인트도 2조9060억원에 달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최근 3년간 환급률은 평균 28.9%로 나타났다. 은행(8.1%)과 저축은행(4.3%)의 환급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카드사(78.7%)와 손해보험사(44.1%), 생명보험사(39.4%)의 환급률이 높은 편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장기적으로 거래가 끊긴 계좌가 많아 고객과의 접촉이 쉽지 않은 데다, 계좌당 금액도 많지 않아 소비자들이 환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반면 카드 포인트는 일상적인 소비와 연동돼 사용이 활발하고, 보험금은 건당 금액이 커 찾아가는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같은 업권 내에서도 자체 관리 노력, 인프라 등에 따라 금융회사별 환급률의 편차가 컸다. 은행권에선 광주은행(26.2%), 카카오뱅크(15.4%) 국민은행(15.1%)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 환급률이 저조한 저축은행에선 SBI저축은행이 11.2%로 가장 높았다.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66.0%) DB손해보험(58.6%) 현대해상(50.8%) 등 상위 3개 보험사 간 격차가 상당했다. 신한카드(84.4%)는 카드업계는 물론 전 금융권에서 환급률이 가장 우수했다.◇ 숨은 자산 찾는 법금융당국은 환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캠페인 기간 금융회사를 통한 대고객 개별 안내와 함께 온·오프라인 방식 대국민 홍보를 진행한다. 유관기관 및 금융회사(상호금융조합 포함)는 영업점이나 자사 홈페이지, SNS, 앱 등을 통해 포스터 안내장 등을 게시하고, 개별 고객을 대상으로 이메일 및 문자메시지·알림 톡 등을 발송해 ‘숨은 금융자산’ 조회·환급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숨은 자산을 조회하려면 인터넷 홈페이지 ‘파인(fine. fss. or. kr)’ 속 ‘내 계좌 통합조회 및 관리’에 접속하거나 휴대폰에서 ‘어카운트인포’ 앱을 내려받아 보다 편리하게 ‘숨은 금융자산’을 조회할 수 있다. 개별 금융회사의 영업점이나 고객센터 및 앱을 통해서도 ‘숨은 금융자산’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를 활용한 금융 사기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 조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관기관 및 금융회사는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분증 등 개인정보나 계좌 비밀번호 등 금융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환급을 위한 수수료 명목으로 금전 이체를 요구하지 않고, 인터넷주소(URL)도 따로 제공하지 않으므로 금융소비자는 출처가 불분명한 URL은 접속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향후 금융회사의 ‘숨은 금융자산’에 대한 관리 강화를 지속 지도하는 한편 간담회 등을 통해 우수 사례를 업계와 공유하고 미흡 금융회사의 숨은 금융자산 관리체계를 정비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