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반도세 수출 역대 1위…'트럼프 관세' 속 버틴 ICT 산업

입력 2025-10-14 11:00

9월 우리나라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이 3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가운데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여파로 감소세를 보였다.

14일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ICT 수출액은 25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223억2000만달러) 대비 14% 증가했다. 이는 직전 월별 최고치인 2022년 3월(232억6000만달러) 실적을 뛰어넘은 규모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166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8월(151억1000만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산업부는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가격 상승세와 함께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DDR5,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의 견조한 수요가 호실적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는 IT 기기에 OLED 패널 적용이 확대되면서 휴대폰, TV, 노트북 등 전방수요 개선의 영향을 받아 1.3% 증가했다. 통신장비는 미국 전장용 수요와 인도의 기지국 장비 수요 증가로 38.3% 급증했다.

반면 휴대폰은 부품업체 간 경쟁 심화로 부분 수출이 부진해 10.7% 감소했다. 컴퓨터·주변기기는 AI 데이터센터용 SSD(보조기억장치) 수요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 효과로 10.1% 줄었다.

지역별로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특히 대만으로의 수출이 53.5% 급증했는데 이중 95%(40억8000만달러)가 반도체였다. 이밖에 유럽연합(22.8%) 베트남(20.8%) 일본(13.0% 중국(1.1%) 등 주요국으로의 수출도 증가했다. 모두 반도체 수출이 40%대 성장했다.

반면 미국은 수출이 4% 감소하며 유일하게 뒷걸음질쳤다. 7월까지 증가세였던 대미 ICT 수출은 8월 들어 9.9% 줄었고 9월까지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반도체 수출은 4.1% 늘었지만 컴퓨터·주변기기(-36.2%) 등 대부분의 품목이 감소하면서 전체 수출이 줄었다. 현재 반도체는 품목관세가 아직 발효되지 않아 영향권이 아니지만 다른 대부분의 품목은 고율 관세의 영향을 받고 있다.

9월 ICT 수입액은 137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4% 증가했다. 수출이 이를 상회하면서 무역수지는 116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최대 규모로, 이는 2018년 9월(122억8000만달러) 이후 두 번째로 큰 흑자 규모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