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세로 돌려도 별수 없죠"…재계약 앞둔 세입자 '한숨'

입력 2025-10-14 08:53
수정 2025-10-14 09:35

서울이 전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1만가구가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물건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14일 부동산 분석업체 리치고에 따르면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2024년 11월 입주)'은 지난달 29일 기준 전세 물건이 불과 211개 뿐이다. 전체의 1.75% 수준이다.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9510가구·2018년 12월 입주)' 같은 날 기준 전세 물건은 309개(3.24%) 밖에 없다.

전세 품귀 현상은 대단지 문제만은 아니다. 서울 전체로 봐도 아파트 전세 물건은 쪼그라들고 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총 2만3961가구로 6개월 전인 지난 3월 31일(2만8274세대)보다 4313가구 감소했다. 6개월 만에 14.26% 증발했다.

물량이 급감하자 가격이 치솟고 있다.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2월 1주차(99.69)부터 9월 4주차(101.43)까지 34주 연속 오름세다.

실수요자들은 원하는 매물을 찾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이미 전세로 거주하고 있더라도 재계약 시점에 전세가를 올리거나 전세 보증금을 그대로 두고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서울 전세의 경우 수요는 폭발적인데 공급 부족과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매물이 귀해졌다"며 "최근 전세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라 신규 계약이든 재계약이든 임차인들에게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