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관세,미국기업과 소비자물가로 흡수되는 중"

입력 2025-10-14 00:19
수정 2025-10-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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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입 관세를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들로 나타났다.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되며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의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인용한 하버드 대학교 및 예일 대학교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가 부과된 지 몇 달간 비용은 미국 기업이 주로 부담하고 그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기업들은 앞으로 가격을 더 인상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대학교의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는 "대부분의 관세 비용은 미국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으나 점차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카발로 교수와 연구원들은 미국 내 주요 온라인 및 오프라인 소매업체에서 카펫부터 커피까지 359,148개 품목의 가격을 추적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관세는 “궁극적으로 해외 수출업체들이 그 비용을 부담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초 관세를 부과한 이후 수입품 가격은 4% 상승했지만, 미국내 제품 가격은 2% 상승했다.

수입이 가장 크게 증가한 품목은 미국이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커피와 터키처럼 고율 관세 등을 받는 국가에서 온 품목이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보통 해당 제품의 관세율을 포함한 가격보다 훨씬 쌌다. 즉 판매자도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관세를 포함하지 않은 수입 가격은 외국 수출업체가 미국 구매자에게 달러화 가치 하락의 일부를 전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 역시 블로그에 관세 관련 연구 결과를 게시했다. 이들은 블로그 게시물에서 "외국 생산자들이 미국 관세를 거의 흡수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이전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국가별 수출 가격 지수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중국, 독일, 멕시코, 터키, 인도의 수출 가격은 모두 상승했다. 일본만 예외였다.

관세를 제외한 달러화 기준 수입 가격은 연초 대비 상승했으며, 2025년 이전 추세보다 약간 높았다.
현재 미국의 수입 관세는 트럼프 관세 이전 평균 2%에서 평균 약 17%로 인상됐다. 수출업체, 수입업체, 소비자들이 매달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경쟁하고 있어 적응 작업은 수개월 더 걸릴 전망이다.

카발로는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완화할 방법을 찾고 있으며 일회성 가격 인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가 추적한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 기업의 약 72%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세 이후 가격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익률 악화를 경고한 기업은 단 18개에 그쳤다.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지금까지 관세 영향을 더 많이 흡수하려고 노력해 왔다. 반면 생활용품업체인 프록터앤드갬블이나 레이벤 제조사인 에실로룩소티카, 스위스 시계업체 스와치 등은 가격을 인상했다.

로이터가 전자상거래 웹사이트 아마존과 쉬인에 대해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의류 및 전자제품 가격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승의 배경이 될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달 고용 시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준으로 들어온 신임 이사인 스티븐 마이런은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대략적 계산에 따르면, 관세로 인해 핵심 인플레이션은 75베이시스포인트(1베이시스포인트=0.01%, 0.7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관세가 최근 핵심 인플레이션 수치인 2.9%에서 약 30~40베이시스포인트를 차지하지만 그 효과는 "비교적 단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의 수출업체들도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둔화될 것인만큼 수출 수요 역시 둔화될 전망이다.

S&P 글로벌이 전 세계 기업의 구매 관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6월 이후 신규 수출 주문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의 대미 수출은 7월에 전년 대비 4.4% 감소했고 독일은 8월에 20.1%감소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역시 미국 관세의 지연된 영향을 이유로 내년 세계 상품 교역량 증가율 전망을 0.5%로 대폭 낮췄다.

ING는 향후 2년간 EU의 대미 상품 수출이 1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EU의 GDP 성장률이 30베이시스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ING의 경제학자인 루벤 드윗은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관세의 영향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