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 후폭풍' 국민연금, 국내 PEF 출자 연기

입력 2025-10-13 19:38
수정 2025-10-13 19:39
이 기사는 10월 13일 19: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올해 계획했던 국내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홈플러스 투자 손실 여파로 내부 점검과 국정감사 대응에 매달리면서 출자 일정은 이르면 연말, 늦으면 내년 초로 미뤄질 전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당초 9~10월께 국내 PEF 출자 사업을 공고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전면 연기했다. 업계에선 출자가 재개되더라도 이르면 연말, 늦으면 내년 초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문별로 연간 출자 예산이 이미 배정돼 있어, 올해 사업이 내년으로 이연되면 내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PEF 출자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초 출자 일정을 잡았지만, 3월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5826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졌고, MBK파트너스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운용 책임 논란이 사회·정치적 이슈로 불거졌다.

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금운용본부 내부 긴장감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수십 개 의원실에서 홈플러스 투자 관련 질의서를 보내온 데다, 관련 부서 실장급 운용역들이 조사 대응에 매달리면서 본업인 투자 업무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감에서 홈플러스 투자책임 공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운용본부가 비상대기 체제에 들어갔다”며 “기금운용본부 전체가 움츠러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매년 국내 PEF 운용사를 선정해 출자해왔다. 통상 4월 공고 후 제안서 접수, 현장실사,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6~7월 운용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한다. 매년 3~4개 운용사를 선정해 1000억~3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출자해왔다. 국민연금 출자는 국내 PEF 업계의 ‘관문’으로 통한다. 국민연금의 출자확약서(LOC)를 확보하면, 이후 진행되는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펀드 조성 심사에서도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출자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개별 투자 손실이 정치권 이슈로 비화하면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마비된 상황”이라며 “출자 지연이 길어지면 대형 펀드 결성 일정에도 연쇄적인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