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국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최우선 국정 과제이던 연금 개혁에서 양보할 뜻을 나타냈다. 심각한 재정난에도 긴축을 하지 못해 ‘재정 중독’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은 프랑스가 연금 개혁마저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일 좌파 정당 지도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연금 개혁 양보안을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했다. 연금 개혁은 마크롱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퇴직 연령은 기존 만 62세에서 매년 3개월씩 늘려 2030년엔 64세가 된다. 연금 개혁안은 야당과 여론의 강한 반발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밀어붙여 2023년 9월 시행에 들어갔다. 개혁법에 따라 1963년생은 62세9개월, 1964년생은 63세, 1965년생은 63세3개월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내놓은 제안은 1964년생도 1963년생과 같은 조건인 62세9개월에 연금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후 1965년생부터 다시 연간 3개월 규정을 적용해 63세에 연금을 받도록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 개혁 후퇴를 언급한 건 집권 후 처음이다. 마크롱 정부는 정년 연장을 다른 유럽 국가의 복지 수준과 맞추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해왔다. 프랑스는 법정 은퇴 연령이 62세로 유럽연합(EU) 평균(64.8세)보다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 지출이 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최고 수준이다. 개혁 일시 중단으로 내년엔 수백만유로, 2027년에는 수십억유로 규모의 추가 재정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좌파 정당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정년 연장을 완전히 멈추는 게 아니라 일시 중단에 불과하고, 보험 납입 기간을 늘리지 말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마크롱 대통령 측이 더 큰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다시 총리직을 맡은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를 불신임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르코르뉘 총리는 이날 2기 정부의 내각 구성을 신속히 마무리했다. 르코르뉘 2기 내각은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과 우파 공화당, 여기에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 꾸려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