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쇼크에 또 'TACO'…트럼프, 이틀만에 中에 유화책

입력 2025-10-13 17:26
수정 2025-10-14 01:5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불황을 원치 않으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틀 전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미·중 관세전쟁 재개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불안 심리가 커진 직후다.

◇판 깨기 부담스러운 美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미·중 관세전쟁 재점화 우려가 높아진 점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걱정하지 말라”며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매우 존경받는 시 주석이 잠시 안 좋은 순간을 겪었을 뿐”이라며 “그는 자기 나라가 불황을 겪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지난 9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하루 만에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에 중국은 “싸움을 바라지 않지만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며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상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미·중 관세 휴전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자전쟁 종식을 위해 이스라엘로 가는 전용기에서도 “우리가 중국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 주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중국의 훌륭한 지도자”라고 했다.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은 그렇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보자”고 답했다. 이어 “11월 1일은 나에게 아주 먼 미래와 같다”며 “다른 사람에겐 임박한 시점 같겠지만 내겐 먼 미래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협상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신감 붙은 中은 강경이를 두고 또다시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직 미국 관리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메가 타코”라며 “시 주석은 이를 정확히 꿰뚫어볼 것이다. 명백한 나약함과 결의 부족 신호”라고 밝혔다. 시장 안팎에선 금융시장 쇼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주 (금융)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며 “관세 부과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주 말 관세전쟁 재개 우려로 급락한 미국 뉴욕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13일 개장 전 S&P500 선물과 나스닥100 선물은 미국 중부 표준시(CDT) 오후 1시 기준 각각 1.3%, 1.9% 상승세를 보였다.

관세전쟁 재개 시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 연말에 미국 소비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데다 협상 성패에 중국의 미국산 대두 구매 여부가 걸려 있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감안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11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예정된 5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대두 수입 금지 카드’를 꺼낸 상태다. 중국의 대두 수입 금지가 풀리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사설에서 “현재 중·미 무역이 직면한 어려움은 전적으로 미국 측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명보는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고급 리튬 이온 배터리와 인조 다이아몬드 수출 통제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조치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존슨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담당 분석관은 “시 주석은 4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확대하자 강하게 맞대응해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이 상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미국의 과잉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방이 양국 정상이 이달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회담을 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르면 이번주 미·중 당국자가 만나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김동현 기자 kej@hankyung.com